[김재철 MBC 사장 해임] ‘독단적 인사’에 불만 폭발… 與성향 이사 2명도 동의

입력 2013-03-26 18:25 수정 2013-03-26 22:14


그동안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각계각층의 줄기찬 해임 요구에도 꿈쩍 않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26일 해임을 전격 결정한 데는 김 사장의 무리수가 컸다는 분석이다. 방문진 관리감독권을 무시하는 행태가 계속되면서 누적된 이사들의 불만이 지난 22일 독단적인 계열사 및 자회사 임원 내정자 발표를 계기로 폭발했다는 것이다.

◇극적인 기류 변화 이유는=방문진은 이미 세 차례 김 사장 해임결의안을 상정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2010년 첫 해임안이 상정됐고, 지난해 야당 성향 이사 3인을 중심으로 2차례 더 발의됐으나 여당 성향 이사 6명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지난 23일 긴급 이사회에서 여당 성향 이사 3명이 해임안 상정에 동의했다. 주말을 지나면서 김 사장의 구명 로비와 정치권 입김이 작용해 무산되리란 관측이 있었지만 대세는 뒤집히지 않았다. 여권 6명, 야권 3명 등 이사 9명의 표결에서 찬성 4표, 반대 4표가 나온 가운데 마지막 1표가 반대로 확인되면서 극적으로 해임이 결정됐다. 해임안 상정에 동의한 여당 성향 이사 3명 중 1명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사회에서는 누적됐던 불만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야권 성향의 최강욱 이사는 “김 사장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용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여권 성향의 한 이사는 “(김 사장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귀찮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며 방문진 무시 행태를 따졌다고 한다. 김 사장은 해외출장 일정까지 포기하고 부랴부랴 참석해 “이번 인선은 주주총회 시간을 맞추려다 그렇게 됐다. 모두 제 잘못이다”며 머리를 수차례 숙였지만 소용없었다.

이명박 정부 때와 달리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권 기류가 바뀐 점도 영향을 준 듯하다. ‘MB맨’으로 사장 선임 때부터 정치적 독립성 논란을 일으켜온 김 사장을 새 정권이 굳이 보호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반목과 갈등의 3년=김 사장의 임기 3년간 MBC는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 2010년 2월 엄기영 사장 후임으로 취임한 뒤 한 달 만에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이 MBC 후속 인사와 관련, “김 사장이 ‘큰 집(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를 정리한 것”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빚었다. 그해 4월 MBC 노동조합은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2011년 우여곡절 끝에 김 사장 연임이 결정됐다.

대선이 있던 2012년 갈등은 극에 달했다. 노조는 1월 30일 총파업에 돌입한 뒤 170일간 투쟁하면서 MBC 사상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웠다. 노조는 김 사장이 임기 2년 동안 법인카드로 7억원을 썼다며 내역을 공개했고, 여성무용가 J씨 관련 특혜 제공 의혹도 폭로했다. 대선 직전인 11월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지분 매각을 논의한 사실도 공개됐다. 이 때문에 세 번째 해임안이 발의됐지만 정치권 외압 논란 속에 부결됐다.

김 사장은 파업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파업 참가자 150여명을 직무 무관 부서로 발령해 보복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8명의 기자와 PD를 해고하고,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액을 195억원으로 올렸다. 국회에서 열린 MBC 파업 청문회에 불참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방문진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감사원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