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설계자’ 김광두 원장 “벤처의 창조력·대기업 실천 어우러져야 창조경제”

입력 2013-03-26 18:45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는 상호연관성이 있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벤처기업의 창조력과 이를 사업화하는 대기업의 실천력이 어우러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수장이자 창조경제의 밑그림을 그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26일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2013년 KERI 포럼’에 초청돼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가 창조경제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린 셈이다.

김 원장이 설명한 창조경제의 개념은 ‘창조력과 응용력, 실천력이 조화를 이뤄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이 활성화되고, 대기업과의 상생구조가 정착돼 일자리 창출형 성장이 선순환되는 경제’다. 그는 “창조경제는 기존의 실물·금융자산보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되는 경제”라며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교하자면 애플이 지식자산 측면에서 월등하게 앞서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창조경제의 ‘투 트랙’으로 지식문화산업과 고도화·융복합화된 제조업을 제시했다. 하지만 제조업은 매년 창출 가능한 일자리가 최대 6만개인 데 비해 지식문화산업은 20만개 이상이 가능하다며 벤처기업을 통한 소프트웨어와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대목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시장경제를 지키는 파수꾼인 공정위와 금감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경유착 같은 유혹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기관의 직원들이 퇴직 후 대기업과 로펌으로 가는 사례를 지목하며 이들이 책무를 다하면 많은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벌의 경제력 남용을 비판하면서도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기획력과 비즈니스 감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융합·통섭 인프라의 예로 스웨덴의 키스타 사이언스 파크와 핀란드의 울루 사이언스 파크를 들면서 “대기업들의 주도로 연구소와 대학기업, 금융·법률자문 컨설팅사 등이 함께 입주하는 사이언스 파크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기업이 이런 일을 한다고 하면 재벌특혜라고 반대할 이들이 있겠지만, 이런 사업계획은 정부가 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계에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평가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창업 후 실패해도 재기할 기회를 주는 이스라엘 ‘요즈마펀드’와 같은 창업 금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성장과 상생, 경제위기 관리 세 가지를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며 “창조경제가 우선이라거나 경제민주화가 더 중요하다, 위기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식의 하나만 강조하는 주장은 무리”라고 말했다. 또 “창조경제가 단기간 내에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다”며 “창조경제라는 비전을 현실에 맞게 융합시키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창조경제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