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정권 교과서 왜곡] 적반하장식 주장… ‘3자 중개로 독도 해결’ 표현도

입력 2013-03-26 18:10 수정 2013-03-26 22:27


일본 문부과학성의 고교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 독도에 대한 일본의 터무니없는 영유권 주장은 여전히 지속되는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특히 이번 교과서 검정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 초기 한·일 관계 정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거론=독도를 언급한 교과서는 21종 중 15종이다. 종전보다 3종이 추가됐지만 단순히 독도 관련 언급만 늘어난 게 아니다. 일부 교과서는 지난해 8월 이후 한층 악화된 양국 관계를 그대로 반영했다. 데이코쿠서원의 지리 교과서에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점거했다’는 새로운 표현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8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말이다. 기존 대부분 교과서는 ‘한국이 점거하고 있다’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식으로 써왔다.

독도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대목도 새로 추가됐다. 도쿄서적의 지리 교과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또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제3자 중개로 해결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기술했다. 이는 국제 이슈로 만들려는 일본의 야욕으로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문부성은 특히 독도는 영유권 분쟁이 있지만 일본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분쟁이 없다는 전제 아래 독도와 센카쿠 문제를 함께 거론한 교과서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정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부분 일부 개선 흔적=위안부 관련 표현은 대체로 현행 교과서와 비슷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일본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소개한 것이다. 진보 성향인 짓쿄 출판사 교과서에는 ‘위안부는 강제 모집돼 일본 병사의 성적 상대를 강요받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새로 추가됐다. 다른 교과서는 ‘위안부로서 연행되는’이라는 표현을 ‘일본군에 의해 연행돼’로 고쳐 연행 주체를 명시했다.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시상식 장면 사진과 동아일보 일장기 말살사건 등도 처음으로 교과서에 실렸다. 그러나 야마카와 출판사의 기존 교과서 내 ‘강제징용’ 표현은 삭제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검정에는 후소샤 등 보수우익 성향 출판사의 교과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사 눈감는 자, 미래 볼 수 없다”=정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함한 일본의 고교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데 대해 구라이 다카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며 근본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조태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는 ‘역사에 눈감는 자, 미래를 볼 수 없다’는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앞으로 일본 외교청서, 방위백서 발표 등 민감한 이슈가 줄줄이 예고된 만큼 정부 출범 초기 일본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정부는 아울러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관련 부분은 앞으로 학술적으로 객관적 사실 측면에서 개선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양국 역사공동연구회 출범을 위한 협의도 계속하기로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