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정권 교과서 왜곡] 82년엔 ‘출병→ 파견’ 수위 낮춰… 2001년엔 한국 침략 정당화

입력 2013-03-26 18:10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정부는 당초 보수 우익세력의 강요를 핑계로 자신들의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교과서에 담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교과서 왜곡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1982년 역사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들에 일본의 ‘침략’을 ‘진출’, ‘탄압’을 ‘진압’, ‘출병’을 ‘파견’ 등으로 표현을 완화하도록 지시하면서 교과서 왜곡의 서막을 알렸다. 교과서 왜곡이 본격화된 것은 97년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출범하면서부터다. ‘종군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인정하는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93년 담화 이후 96년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종군위안부 관련 기술이 등장했다. 새역모는 이에 반발해 관련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며 교과서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새역모는 우익 출판사인 후소샤와 손잡고 직접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출간했고 2001년 3월 문부성은 후소샤판 등 8종의 역사 왜곡 교과서를 무더기로 검정 통과시켰다. 후소샤 교과서는 일본의 한국 침략이 자국의 안정과 만주의 방위를 위해 필요한 일이고 한국에서도 병합을 수용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기술하면서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했다.

독도 관련 왜곡이 등장한 것은 2002년이다. 그해 4월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메이세이샤의 ‘신편 일본사’가 검정을 통과했다. 이 교과서는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가 타국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시마네현 다케시마(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일본이 2006년 애국심과 국가주의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기본법을 개정하면서 침략주의 역사관에 근거한 교과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의 출판사인 지유샤와 이쿠호샤 등도 속속 교과서 왜곡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2008년 교과서 집필의 기준 역할을 하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했다. 해설서는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한국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교과서에 언급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2010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교과서 검정 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첫 번째 총리 재임 시절 교육기본법을 개정했던 아베 신조 총리가 다시 집권에 성공하면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은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