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MT·술자리에 군대식 ‘얼차려’ 까지… 대학 신입생은 괴로워
입력 2013-03-26 18:01
충남의 한 사립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 김모(19·여)씨는 얼마 후 있을 과 MT 걱정에 요즘 밤잠을 설친다. 김씨는 “MT 때마다 전통적으로 신입생 장기자랑을 해야 하고, 선배들 맘에 안 들 경우 얼차려 같은 응분의 대가가 있다는 경고를 들었다”며 “MT 참여도 강제적이어서 급성간염으로 입원한 동기는 선배에게 본인이 입원한 사진을 찍어 보내고 나서야 겨우 빠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해 새로운 생활을 만끽해야 할 신입생들이 강제적인 MT와 술자리, 과도한 회비 등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 최근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에는 안성캠퍼스 예술대학 공예학과 학생이 과 학생회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 학생은 “공예학과 학생회비는 개강총회, 대면식, MT, 체육대회, 스승의 날 행사비 등이 포함된 49만원이나 된다”며 “그런데도 학생회비 내역에 포함된 행사가 열릴 때면 별도의 회비를 또 내야 한다. 학과 행사에 불참하면 벌금을 내거나 사물함 사용, 장학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학생회비를 냈는데 왜 같은 명목으로 돈을 다시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모든 학과 행사는 강제 참석이어서 행사가 몰려있는 1학기에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접한 중앙대 학생들은 대학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앙대 측은 26일 “해당 내용에 대한 현황 파악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얼차려’와 상명하복 등 군대식 악습에 고통을 호소하는 신입생들도 있다. 지난 21일에는 전남 지역 대학 3곳의 학생들이 군복을 갖춰 입고 신입생들에게 군대식 기합을 주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군대 같은 대학문화로 고통받는 딸을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온라인 토론장인 ‘다음 아고라’에는 한 학부모가 “딸이 올해 간호학과에 들어갔는데 상급생들을 보면 뛰어가 큰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선배님’하고 인사해야 한다. 마치 조폭세계 같다”며 “사회생활을 하다 입학이 늦은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은 ‘억울하면 일찍 오든지’라며 막말을 일삼는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과별로 신입생 환영회를 열고, MT를 가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학교 측에서 다 알기는 어렵다”면서 “대학생들은 성인이어서 학생들 스스로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