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의 덫’ 걸린 건설사들, 회생신청 급증… 2배 늘어
입력 2013-03-26 18:00 수정 2013-03-26 22:33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의 역습에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법원 파산부를 찾고 있다. 경기가 상승하던 시절 사업계획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인 PF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PF 사업들은 ‘재앙’이 돼 돌아오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PF 시한폭탄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건설업체의 회생신청 건수는 78건으로 2011년의 39건에 비해 정확히 100% 증가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까지 오지 않고 도산하는 업체들까지 감안하면 그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며 “현재 건설업계 상황이 얼마나 암울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영세한 기업들만 회생을 신청하는 게 아니다. LIG건설과 동양건설, 벽산건설 등 지난해까지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을 신청한 건설업체 중 도급순위 100위 안에 들었던 중견업체만 10개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태의 원흉을 무리한 PF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가 좋을 땐 부풀어 보이던 미래 기대이익이 경기 악화로 순식간에 꺼지면서 돈을 빌렸던 업체들이 대출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김희중 공보판사는 “껴안고 가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잘 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기업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온다”며 PF를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최근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에 PF의 형태로 투자했다가 실패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낸 롯데관광개발이 대표적인 경우다. 자본금 55억원짜리 회사가 용산개발 사업에 투자한 돈은 1700억원이 넘는다. 자기 자본의 30배가 넘는다. PF로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은 지난 22일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회계법인 실사 결과 두 은행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PF 대출 부실화를 꼽았다.
법원은 회생을 신청하는 건설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 판사는 “PF 실패의 영향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정착시켜 기업 가치가 최대한 훼손되지 않도록 회생 제도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 트랙은 회생절차 개시 후 법상 1년이 걸리던 회생계획안 인가 절차를 6개월 이내로 단축시키는 제도로 2011년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