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불가능은 없다… ‘한국판 쿨러닝’
입력 2013-03-26 17:51 수정 2013-03-26 22:12
동계올림픽 썰매종목 선수들
“고(Go) 고(Go) 고(Go)∼.”
함성에 놀란 썰매가 힘차게 앞으로 내닫는다. 두 사람이 재빨리 몸을 싣자 썰매가 가속도를 받아 ‘그르릉’ 소리를 내며 아래로 치닫는다. 그런데 썰매가 썰매다움을 잃고 말았다. 눈길 대신 레일 위를 달리는 것이다. 이유를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들이 일궈낸 세계 대회 우승이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딛고 꽃피운 결과였던 것이다.
지난 20일 꽃샘추위가 몰아치는 강원도 평창 봅슬레이 스타트 연습장. 파일럿 원윤종(28)과 브레이크맨 전정린(24) 선수가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앞서 8일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2013 아메리카컵 봅슬레이 국제대회에서 이틀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영웅들이다.
“레일 위에서 훈련하는 것은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가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연습하는 격이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강한 열정과 투지가 있습니다. 그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동력이지요.”
동계올림픽 썰매종목인 봅슬레이와 루지, 스켈레톤은 국내에 정식 트랙이 없다. 비인기 종목인데다 겨울에도 눈이 많지 않아 경기장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발 연습이라도 할 수 있게끔 레일을 깔아 간이 트랙을 만들었다. 평소엔 이곳에서 훈련을 하다가 경기 일정이 다가오면 전용 트랙이 있는 나라로 전지훈련을 간다.
봅슬레이는 둘이나 넷이 한 조가 되어 썰매를 타고 경사로를 빨리 달려 내려오는 경기이다. 스타트가 빨라야 하고, 시속 130㎞의 곡선 트랙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0.01초 차로 승부가 갈리므로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외국 선수들은 첨단화된 장비로 무장한다. 우리는 최근에야 2인승 장비를 처음 마련했다. 4인승 장비는 아직도 빌려 쓰는 처지다.
“외국 선수들은 신체 조건이 좋고, 우수한 빙질에서 연습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유리하죠. 그래도 소치와 평창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므로 놓칠 수 없습니다. 메달이 목표인 만큼 이제부터가 또 다른 시작입니다.” 원윤종 선수의 각오가 다부지다.
평창=사진·글 강민석 선임기자 minse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