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애슐리 박 (9) 열방대학서 만난 주님 ‘40년의 허물’ 깨쳐주셔

입력 2013-03-26 17:22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물질적 도움 덕분에 우리 가족은 2006년 여름 DTS(제자훈련학교)를 계속할 수 있었다. 3주째 됐을 무렵 자식들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내 기억은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진한 외로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마음속에서는 울컥울컥 서러움이 복받치고 올라왔다. 너무나도 생소한 감정들에 당황한 나는 혼자 조용히 기도했다.

그때 하나님은 나의 어린 시절을 보여 주시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 생기 있게 뛰놀았던 어린 소녀의 내면은 실상 너무 외로웠다. ‘저 애를 갖다 버릴까?’ 갓 태어난 다섯째 딸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서운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나는 이에 맞서며 결심했다. ‘어느 누구도 나의 존재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나는 최고가 될 거야.’ 그걸 이루는 것은 공부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제야 공부가 왜 내 지난날의 우상이 됐는지 깨달았다. 자존감이 철저히 파손된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중요한 생존수단으로 붙잡은 것이 바로 ‘학업’이었다. 하나님 아버지는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인생을 너무도 귀히 여기시고 한없이 사랑하시는데, 왜 나의 지난 40년 인생은 그것을 경험하고 누리지 못했을까. 그 이유가 나의 영혼이 하나님 아버지의 음성보다는 한국사회의 가치를 따랐던 육신의 아버지의 소리에 귀 기울였기 때문임을 알았다.

하나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누구의 음성을 듣고 살겠니?” 나는 이제부터 하나님의 음성만 듣고 살겠다고 대답했다. 세상이 나를 뭐라 평가한다 해도 나는 하나님이 귀히 여기시고 사랑하는 그분의 자녀라는 하나님의 음성에만 귀 기울이기로 결단했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시 139:14) 그러자 하나님은 이미 지나간 나의 40년의 삶까지도 모두 구속해 주신다는 약속을 해 주셨다.

나는 이미 하늘나라에 계신 육신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딸만 낳은 아내와 여섯 딸들에게 평생 한번도 겉으로는 서운한 내색을 한 적이 없었지만, 아직도 남존여비의 가치관이 남아있는 사회에서 아들 없는 아버지로 살아야 했던 그 삶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아버지를 향한 하나님 긍휼의 마음이 내게도 느껴졌다. 아버지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내게 미쳤던 악한 영향들을 용서했고, 아들, 딸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사회를 용서했다. 그리고 악은 나를 무너뜨리려 했으나 지난 40년의 아픈 경험을 통해 오히려 거짓에 묶여 있는 많은 자녀들을 자유할 거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게 됐다.

지난 40년 동안 나를 지탱해 주었던 거짓된 허물을 벗고 이제 내가 누구인지 성경 말씀으로 다시 일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내게, 마리아(내가 속한 공연예술DTS의 리더)는 마치 엄마와도 같았다. 그녀는 틈만 나면 하나님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고 계신지 알려주었고, 5개월 내내 그녀는 최선을 다해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으로 내 자존감을 세워주고 있었다. 악한 거짓의 가치관에서 이제 하나님나라의 가치관을 잡을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무슨 좋은 일, 칭찬할 것이 있으면 그녀는 잊지 않고 나의 이름을 거론했다. “애슐리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눈물나도록 고마웠다. ‘마리아, 고마워요.’ 상한 한 영혼을 살려내기 위해 그 엄마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정리=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