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주홍글씨

입력 2013-03-26 21:07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이름을 치면 바로 아래 ‘연관검색어, 관련검색어, 관련’ 등의 타이틀과 함께 여러 단어가 뜬다.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제목에 대해 모 단체가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이유다. 가수 아이유를 치면 이순신이 뜬다며. 모 사이트에 내 이름을 쳐봤더니 ‘17세’ ‘배용준’ 등의 단어가 보였다. 내 소설 제목에다 두 차례 단독 인터뷰한 배우 이름이 뜨니 미안한 마음이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별다른 사건이 없으면 관련검색어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얼마 전 검색창에 과거 큰 사건을 겪은 모 인사의 이름을 쳤다가 기겁을 했다. 차마 입으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단어가 주르르 딸려 나왔기 때문이다. 자녀들도 봤을 텐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연예인 이름 아래 뜨는 험악한 관련검색어를 유명세쯤으로 생각했다가 심각한 문제라는 걸 새삼 인식했다.

오보나 추측성 기사 때문에 통탄할 만한 검색어를 달고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전에 멀쩡히 살아 있는 연예인 이름에 ‘자살’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헤어진 연인 이름을 업보처럼 달고 사는 사람도 많다. 미혼 연예인 이름 옆에 ‘결혼’ ‘남편’ ‘아내’ 등의 단어도 심심찮게 보인다. 모 남자 연예인에게는 ‘폭행’ ‘동성애’라는 검색어가 달려 있고, 모 여자 연예인에게는 낯 뜨거운 단어가 졸졸 따라다닌다.

멀쩡히 잘 사귀고 있는 커플 이름 옆에 종용이라도 하듯 ‘결별’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오타로 인해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의 ‘이혼소송’ 단어를 뒤집어쓴 유명 인사도 있었다.

연관된 검색어를 누르면 바로 관련 자료가 뜰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장치로 변질된 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 깔아 놓은 멍석이 색안경이 되어 남의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에 초강력 사건이 연이어 터졌는데 나와 만난 적 있는 인사들도 몇몇 끼어 있었다. 그 사람들 이름 옆에 바로 ‘표절’이라는 검색어가 들러붙었다. 앞으로 반성을 하고 죗값을 치러도 그 주홍글씨는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개그맨 정경미 톤으로 묻고 싶다. 대체 관련검색어는 누구를 위한 검색어란 말입니까?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