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어린이 독서지도자들이 조언하는 ‘즐거운 책 읽기’… 관심있는 기사로 읽는 재미부터
입력 2013-03-26 17:27 수정 2013-03-26 17:29
자녀들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면? 학부모들에게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선지 꽃샘추위로 옷깃을 여몄던 지난 금요일(22일) 오후 ‘즐겁고 창의적인 책 읽기’ 세미나가 열렸던 서울 역삼1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4층 세미나실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과 초등학교 독서지도 교사들로 붐볐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영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가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영국의 독서지도자들이 그들의 노하우를 들려주기 위해 강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첫 강사로 나선 독자개발전문가 톰 팔머는“학업성적이나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강조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 축제인 ‘이클리 문학축제’ 운영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여 년 간 소년들의 독서를 지도해왔다.
“저도 17세 이전에는 책 읽기를 싫어했고, 학업성적도 좋지 않았어요. 그런 저를 위해 어머니는 축구 관련 기사를 오려 제 책상 위에 놓아두곤 하셨습니다.”
짧은 기사를 통해 읽는 재미를 알게 된 그는 뒤늦게 독서의 바다에 풍덩 빠졌고, 축구에서 다른 주제로 넓혀 가며 책을 읽으면서 성적도 향상돼 대학에 진학했고, 마침내는 독서지도자로 활동하게 됐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줬다.
그는 “축구를 좋아하는 영국 소년들에게 축구와 관련된 기사, 축구스타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또는 음악 영화 등 다른 어떤 분야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톰은 또, “좋아하는 분야의 스타 트위터에 팔로어로 활동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트위터의 짧은 글은 읽기에 부담이 없을 뿐더러 좋아하는 사람의 글이기에 열심히 읽게 되고, 이에 대해 답글을 달면서 글쓰기의 재미도 터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아이들에게 ‘이 책 읽어야 된다’고 하면 절대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 성공적인 독서지도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적 책읽기를 주제로 강연한 캐시 란젠브링크도 독서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도서산업 관련 비영리 기관인 ‘퀵 리드’의 운영위원장인 그는 “책이 즐겁고 좋은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부모는 독서를 통한 지식과 성과를 원하지만 아이에게 이 같은 부담을 줘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즐거워서 책을 읽다보면 학습효과는 절로 따라오는데 성급하게 성과만 점검하려고 나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서 독서의 재미를 빼앗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에게 ‘책 읽으면 아이스크림 사줄게’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착하게 굴면 ‘책 한권 사줄게’ 라고 말 하세요.”
캐시는 “자녀 독서 지도의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나 교사가 즐겁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가족 독서를 권했다. 그는 지금 42개월짜리 아들이 가장 처음 완전한 문장으로 한 말이 ‘엄마는 책 읽어’였다고 자랑했다. “가족독서는 자녀 혼자 읽을 때보다 공감능력과 감성지수가 훨씬 커진다”고 강조한 캐시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 줬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을 때 부모와 자녀가 각자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주제는 같되 각자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읽은 다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단다.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질문 중 ‘전자책’에 대해서 캐시는 “종이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고, 톰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30분 이상 읽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만화만 보는 아이가 걱정’이라는 한 학부모의 질문에 톰은 “영국에서도 만화만 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만화라도 읽는 것은 좋다고 전제한 뒤 이들을 위해서 만화보다는 글씨가 많고, 일반 책보다는 그림이 많은 책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책을 통해 서서히 글이 많은 책으로 옮아 갈 수 있도록 유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