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잡히지 않던 37세 이후 나이를 버렸어요”… 디자이너 이상봉 ‘패션 이즈 패션’ 에세이 출간
입력 2013-03-25 20:44
디자이너 이상봉은 패션 1세대를 대표하는 앙드레 김에 이어 2세대를 대표한다. 그가 ‘패션 이즈 패션(Fashion Is Passion)’(민음인)이라는 자전 에세이를 내고 2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1980년 데뷔해 30년 넘게 외길을 걸어온 그는 “지금도 1년에 두 번 새로운 유행을 보여줘야 하는 정기 패션쇼를 준비하는 일은 홍역을 앓는 것처럼 힘들다”며 “그게 또 살아가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천생 패션은 그에게 열정인 것이다. 그는 나이를 물으면 37세라고 눙친다. “한때 너무 잘나가 내가 천재 아닌가, 왜 이리 운이 좋지, 했지요. 그런데 37세 되던 해 절망할 정도로 감이 잡히지 않아 그때 나이를 버리고 살기로 했지요.”
‘이상봉’하면 한글과 패션을 접목한 디자이너로 각인된다. 2006년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디자인을 의뢰받고 한글을 패션에 처음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다들 촌스럽다고 했고, 그래서 겉에 드러내지 않고 안감에 숨기듯 한글을 넣었다”며 “그런데 막상 파리에서는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한글 패션은 대중적 인기도 안겨줬다. 한글 캘리그래피를 이용한 의상이 MBC TV 프로그램 ‘무한도전’ 패션쇼를 통해 소개되면서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이너가 스타가 되는 건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99년 파리에 갔을 때 새천년을 앞두고 이브 생 로랑 기념주화가 만들어진 걸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패션이 산업 수준에서 나아가 문화 수준으로까지 격상되려면 디자이너 위상도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