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인사검증 논란] 여당서도 ‘줄사퇴’에 부글… 靑인사라인 문책론 확산
입력 2013-03-25 18:42 수정 2013-03-25 22:19
최근 일주일 새 박근혜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 후보자 4명이 ‘줄사퇴’하자 여당 내 분위기가 들끓고 있다. 이달 초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사퇴 때 야당에 화살을 돌리던 모습과 상반된다.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친박(親朴·친박근혜)계 핵심인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위급 인사들의 잇단 사퇴와 관련해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집권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을 주문했다.
비박(非朴)계 조해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 인사 검증팀이 체계가 안 잡혔다는 지적들이, 최근 법무부 차관 낙마 과정을 보면 실제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싶다”며 “조금 더 기회를 줘보고 시행착오의 문제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검증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던 이상일 대변인도 “청와대는 이번 줄사퇴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철저히 점검해서 허술했거나 잘못된 것들을 즉각 시정하기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처럼 당내 분위기가 친박·비박 가릴 것 없이 달라진 데는 다음 달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여론 악화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반임에도 저조한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인사 실패로 인한 여권의 연대 책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인사의 잘못된 짐은 당사자와 인사권자의 숙제인데, 당이 너무 큰 부담을 지고 있다”며 “당에서 이 문제를 계속 떠안을 수 없는 만큼 앞으론 당이 나서서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사 문제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당이 ‘지나치게 청와대에 휘둘렸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합의, 파기, 재합의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내부 불만이 인사 실패와 겹치면서 수면 위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장관급 실장 3명과 문책론이 제기된 곽상도 민정수석 등 수석비서관 9명에게 바뀐 직제에 따른 임명장을 수여했다. 박 대통령이 곽 수석에 대한 경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며 “여기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자국이 역사가 되는 소중한 기회이며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길 유성열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