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에 구제금융 제공”… 유로존 재무회담 자구노력 승인

입력 2013-03-25 18:31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25일(현지시간) 6시간에 걸친 심야 마라톤회의 끝에 키프로스가 마련한 자구노력을 승인하고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키프로스 정부와 합의했다.

이로써 키프로스 의회가 지난 19일 유로존이 마련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부결시키며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기미를 보였던 키프로스 문제는 일단락됐다. AP통신은 독일 의회의 비준 등 일부 국가의 비준 절차까지 고려하면 다음달 중순이나 돼야 최종 승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키프로스가 24일까지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5일부터 긴급유동성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키프로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이날 낮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을 잇달아 만나 자구노력안을 수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사임 의사까지 밝히며 배수진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내용은 키프로스 2대 은행인 라이키은행을 부실자산과 우량자산으로 나눠 부실자산은 청산한다는 것이다. 다만 우량자산은 키프로스은행으로 이전토록 했다. 또 라이키은행에 예치된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에 대해서는 최대 40%의 손실을 적용해 원금 보장이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 10만 유로 미만은 예금보호가 된다.

ECB 등의 구제금융 지원에 따른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면서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을 막기 위해 키프로스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할 수 있는 예금 한도를 하루 100유로로 제한했다. 키프로스은행은 하루 120유로, 라이키은행은 하루 260유로까지 인출할 수 있었다.

당초 ECB 등은 키프로스에 100억 유로를 지원하면서 키프로스가 58억 유로를 조성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이 조건에는 10만 유로 이상 예금에 최대 9.9%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