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난사 희생자 가족 “중구난방식 모금운동 문제”… 구걸하듯 돈받아 모멸감

입력 2013-03-25 18:31

미국의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이 중구난방식 모금운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총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희생자를 위한 모금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희생자 가족에게 제때 적절하게 배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콜럼바인 고등학교와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등의 희생자 가족 대표들은 25일(현지시간)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모금 운동을 총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코네티컷주 뉴타운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희생자들을 위한 모금 운동이 확인된 것만 60개가 넘는다. 희생자 가족들은 “이런 혼란을 하루빨리 끝내야 하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콜로라도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 사건에서 아들을 잃은 제리 잭슨은 “자식을 잃은 고통 속에서도 아들 이름으로 거둬진 돈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면서 “미래의 희생자를 위해서라도 모금 운동이 즉시 이뤄지고 그 돈이 희생자들한테 직접 전해지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로라 희생자를 위해 비영리단체인 커뮤니티 퍼스트재단이 590만 달러를 모금했지만 희생자 가족들은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사건 때도 1000만 달러가량이 모금됐지만 대학 측이 모금의 주체였던 탓에 희생자 가족이 성금을 받으려면 주지사의 행정명령이 필요했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 때 아들을 잃은 마이클 폴은 “돈을 받기 위해 무수한 서류를 채우고 공증도 했다”면서 “구걸하듯 돈을 얻자니 상당히 모욕적이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백악관 고위 관리들과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모금 운동을 총괄할 수 있는 기구 설립을 위해 입법이 필요한지 아니면 행정명령을 통해서도 가능한지 여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케네스 파인버그 변호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정치인들이 움직여주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