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中國·검은대륙 밀월 언제까지… 선진국 압력 맞서 아프리카국가 바람막이 역할

입력 2013-03-25 18:3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을 계기로 ‘레드 앤드 블랙’의 밀월관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혹평과 호평 속에서 중국의 위상 변화에 걸맞은 역할이 아프리카에서도 요구되는 전환점을 맞았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4일 두 대륙 관계에 있어 특히 무역 균형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식민주의’ 우려 속에 중국이 아프리카에 건네는 선물 꾸러미에 얼마만큼의 진정성과 미래지향성이 담겨 있는지도 관심이다.

두 대륙의 인연은 600여년 전 명나라 시대 ‘정화(鄭和)의 원정’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해타산적 의존관계로 요약된다.

1950년대 이후 중국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내세워 이념 차원의 아프리카 원조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해방운동을 후원하며 각종 사회 기반시설 확충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3세계의 맹주를 자처한 중국에 아프리카는 정치적 신대륙이었다. 63년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천이(陳毅) 부총리는 55일간 아프리카 10개국을 누비며 우의를 다졌다.

탈냉전 이후 중국은 아프리카의 이념적 동지에서 탈피해 경제적 동반자를 표방한다. ‘검은 대륙’의 경제성에 눈뜬 중국은 과거 호혜협력 차원에서 건설한 도로와 철도, 파이프라인을 아프리카 자원 접근 통로로 전용했다.

서방국들은 중국을 아프리카의 ‘포식자’라고 비난하지만 개발도상국 진입을 꿈꾸는 아프리카의 신흥국들에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원조국이다. 중국은 차관을 지원하면서 여전히 무이자, 무담보, 무조건의 ‘3무 원칙’을 고수한다. 국제 금융기구나 서구 국가들과는 달리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는 입장에서 제도와 체질개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기후변화 협상에서도 중국은 아프리카의 ‘바람막이’ 역할을 자처한다. ‘G77과 중국’으로 불리는 협상그룹 77개국 중 55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하지만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규모 원조를 통해 희망과 동시에 절망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난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의 막대한 천연자원을 본국으로 보내는 사이 아프리카에서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경제적 종속구조가 강화된다는 비판이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이 자원을 위해 아프리카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전범으로 기소된 오마르 하산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비호하는 중국의 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투자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지인이 아니라 자국민을 고용한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