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천안함 폭침 3주기] “산화한 전우들 몫까지 싸울 것”

입력 2013-03-25 18:25 수정 2013-03-25 22:27


해군, 北 공격 상정 가상훈련 르포

25일 오후 2시30분, 태안반도에서 15㎞가량 떨어진 서해상을 항해하던 진해함(함장 김준철 중령·해사 48기) 갑판이 일순간 분주해졌다. 김 함장을 비롯해 작전관, 포술장, 전정관 등은 방탄구명복과 방탄모를 재빠르게 착용하고 서둘러 자신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 방송을 통해 전투배치가 하달되자 장병들도 “전투배치”를 외치며 바쁘게 움직였다.

“폭뢰 투하 1분 전.”

함장의 공격명령과 함께 하얗게 차오른 물결을 가르며 진해함에서 폭뢰가 투하됐다. 같은 시각 근처에 있던 영주함과 공주함에서도 폭뢰가 투하됐다. 정확히 6.8초 후 강한 폭발음과 함께 20∼30m의 물기둥이 치솟았다.

해군은 천안함 폭침 3주기를 맞아 이날부터 나흘간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 기동훈련에 들어갔다. 실제 위치보다 남하시킨 가상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한 뒤 북한이 경비정을 이용해 NLL을 침범하거나 잠수함으로 공격하는 상황을 상정한 훈련이다. 구축함 양만춘함(DDH-1)을 선두로 호위함(FF)인 전남함, 초계함(PCC)인 진해함 영주함 공주함, 유도탄 고속함(PKG)인 서후원함, 고속정(PKM) 5척이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의 초점은 적 잠수함에 대한 대응이다. 북한은 1990년 이후 최근까지 530여회 도발 중 해상에서만 410여회(77%)를 감행했다. 7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매년 1∼2척씩 건조하며 비대칭 전력의 핵심으로 잠수함 전력을 지속 증강하고 있다. 훈련에선 대함 사격훈련도 이뤄졌다. 진해함에서 가상의 적 경비정을 향해 76㎜와 40㎜ 함포가 불을 뿜자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천안함 승조원으로 훈련에 참가한 허순행 상사는 여전히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한번은 훈련 도중 불이 꺼진 적이 있었다. 주변에 누군가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불이 켜지고 보니 아무도 없이 혼자 있더라. 문고리를 잡고 격실을 찾는데 천안함 폭침 당시가 생각났다”고 전했다. 허 상사는 “전우 몫까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면서 “생존자들끼리 1년에 세 번 만나는데 평상시에 (국민들이 천안함 사건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해군은 천안함 폭침 이후 대잠 전력을 보강했다. 어뢰 공격에 대한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전 함정에 설치된 어뢰음향대응체계(TACM)를 천안함과 같은 급인 호위함에 배치했다. 어뢰음향대응체계는 잠수함 소음, 고래 소리 등 수중의 온갖 잡음이 섞인 소리를 탐지해 그중에서 적 잠수함 소리를 식별해 어뢰 공격을 피할 수 있다.

또 동·서해에 배치된 우리 해군의 함정 및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대지·함대지 순항미사일로 북한 김일성 동상,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같은 핵심 시설들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군은 전력 보강에도 불구하고 대잠 작전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 이용되는 음파가 물속에서 굴절되거나 소실돼 잠수함을 100%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규엽 기자, 국방부공동취재단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