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쌓이는 은행가·벼르는 당국… 물갈이 태풍 오나

입력 2013-03-25 18:20 수정 2013-03-25 22:39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악재에 금융당국은 물론 검찰과 감사원까지 십자 포화에 나서자 은행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함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은 정부 조직 개편에 이은 은행권의 체제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제윤 신임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와 취임식에서 금융권 수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의사를 거듭 표시했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교체 대상을 묻는 질문에 “주인이 없어서 정부가 대주주로 들어간 회사”라고 답변했고, 취임 일성으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해 통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장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핵심 금융권 요직인 ‘4대 천왕’을 겨냥한 공공연한 퇴임 압박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4대 천왕은 ‘MB맨’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미 현직에서 물러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지칭한다.

금융위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절대 금융권에서 ‘4대 천왕’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금융지주사 회장 권한 축소를 시사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25일 “금융지주사 회장이 자회사 인사를 좌우하고, 일일이 업무지시까지 하는 행태를 뜯어고치는 게 이번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물갈이’의 기정사실화 이전부터 금융권에는 심상찮은 기류가 흘렀다. 감사원은 지난해 진행한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영업이익 부풀리기로 수십억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고, 외형 확장에 급급한 고금리상품 판매로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원이 역마진 문제를 제기한 대표상품인 ‘KDB다이렉트’의 경우 강 회장이 지난해 9월 주도적으로 출시한 야심작으로 강 회장을 겨냥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KB금융지주에서는 최근 경영진과 이사회가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와 관련 종합감사를 벌이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어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고 어 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어 회장과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 19일 중소기업 대출금리 부당인상과 관련, 새 정부 들어 시중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금감원의 수사 의뢰나 고발 없이 단순 통보에 기초한 압수수색이었기 때문에 이례적인 초고속 수사로 ‘경제민주화의 시범 케이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제주은행은 최근 사이버테러에 전산망이 마비되며 보안 불감증을 노출했다. 금융소비자원에는 제때 송금을 못한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각종 2차 피해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금융위는 책임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