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브랜드 최고야” 대사까지…안방극장 간접광고 ‘해도 너무해’
입력 2013-03-25 18:09 수정 2013-03-26 00:33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소산당’의 손지갑이 공개되자 해당 제품이 곧바로 완판됐다. 이는 유명인에게 쏠리는 시선과 그에 따른 광고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요즘 방송에는 광고효과만을 노리고 자본력과 철저한 계산에 의해 간접광고(PPL)를 내보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KBS TV의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B외식업체 매장이 주인공(아이유)의 일터로 등장한다. 이 업체는 지난해 종영한 KBS TV의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등장인물의 일터로 매회 레스토랑을 노출시켜 매출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한 홍보대행 업체 관계자는 “해당 제품 또는 브랜드 마크 등을 어떤 방법으로 노출할지를 제작사와 협의를 하며, 매회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최대 10억원가량을 제작사에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J골프브랜드는 지상파 3사의 모든 드라마에 자사의 캐디백을 독점 지원하고 있다. 드라마의 특정 장면에서 거실에 J사의 캐디백이 놓여져 있다. 산악구조대원이 주인공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웹툰(인터넷 만화)에는 등장인물들의 옷에 ‘K스포츠’의 브랜드 로고가 들어가 있다.
PPL에는 스타파워도 중요하다. 속칭 완판녀 혹은 완판남으로 유명한 스타가 캐스팅되면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T광고업체 관계자는 “연예인 간접광고로 판매율이 1000%까지도 증가한다”며 “속칭 톱스타급 연예인들은 제품뿐만 아니라 돈까지 함께 쥐어줘야 하고, 착용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어르고 달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아예 대놓고 PPL 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SBS TV의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는 극중 여주인공 오영(송혜교)이 드라마 협찬사인 P 의류브랜드 매장에서 남자 주인공 오수(조인성)에게 양복을 선물하며 “남자 옷은 우리 브랜드가 최고야”라고 말하고, 이에 남자 주인공은 “나도 알아”라고 답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1일 협찬·간접광고 제품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MBC TV ‘보고 싶다’, SBS TV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지상파 TV 3개 드라마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문제는 2010년 PPL이 허용됐지만 과도한 협찬 형태의 브랜드 노출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D광고 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PPL과 관련해 제작진이 적용할 수 있는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25일 “시청자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조장하는 간접광고 과열 경쟁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