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화질·녹음 불량…김학의 前차관인지 판단 곤란”…‘성접대 동영상’ 분석 결과 경찰 통보
입력 2013-03-25 17:59 수정 2013-03-26 00:29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등장한다고 알려진 ‘성접대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를 통한 (김 전 차관과 등장인물의) 동일성 판단은 곤란하다”며 “그러나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한 것으로 관찰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등장인물의 목소리는 음악 소리 및 주변 잡음 때문에 녹음 상태가 매우 불량해 성문(聲紋) 비교를 시행하기 곤란한 상태”라고 했다.
동영상만으로는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모호한’ 결론이 나온 것이다. 국과수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원본 영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은 원본 영상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 다시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영상에는 남성이 노래방 시설이 있는 곳에서 노래하다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국과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국과수의 표현은 ‘그렇다’도 아니고 ‘아니다’도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을 아는 사람이 동영상을 본 뒤 판단하고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증언 등을 역추적해 검증될 때까지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저녁 입장을 발표해 성접대 의혹을 재차 강력히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문제의 별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고 별장에 간 사실 자체가 없다”며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별장 주인 윤모씨를 조사하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동영상을 살펴봤다는 사정 당국 고위 인사는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영상 화질이 매우 흐린 데다 워낙 많은 소음이 섞여 있어 음성도 증거로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동영상을 본 이들 중엔 김 전 차관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알려졌던 여성 C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별장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려 논 적은 있다”면서도 성접대를 하거나 김 전 차관 등 유력 인사를 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성접대를 받았다고 알려진 정부 중앙부처 국장급 인사 A씨를 처음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하며 윤씨와의 대질을 요구했다.
한편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 직원이 국과수에 나가 성접대 동영상 감정 결과를 확인했다”며 “감정 결과 통보서를 컴퓨터 화면 상으로만 확인했고, 감정 의뢰물인 동영상을 직접 본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