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중심 삶 내려놓고 십자가 지는 삶을”… 고난주간에 생각하는 삶과 죽음
입력 2013-03-25 17:35 수정 2013-03-25 21:45
교계 전문가 3인 특별좌담
고난주간을 맞아 그리스도인들이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의미를 성찰하고 생활 속에서 부활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우리 사회에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반인륜적 범죄, 남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왕따, 자살 문제 등이 걷잡을 수 없이 사회병리현상으로 뿌리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죽음을 자각하고 살면 타인을 존중하게 되고 생명의 경외심을 느끼며 삶에 최선을 다한다며 고난주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에 이르는 ‘임종영성’을 갖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임종영성이란 죽음을 두려움 없이 맞이하도록 돕는 성숙한 정신을 의미한다.
“날마다 죽는 삶 살때 생명에 경외감”
그리스도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고 고백한 바울처럼 자기중심의 삶을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겠다는 영적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 임병식(한국임종치유협회) 회장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고난을 부활로 ‘변환’시키셨듯 그리스도인들은 영적 성장으로 부활해야 한다”며 “부활의 의미는 ‘되살림’”이라고 말했다.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리는 영적 성장이 부활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통해 일상에서 부활신앙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난, 고통, 죽음, 불안 그 이면엔 부활, 희망, 소망, 기쁨이 내재돼 있으며, 이들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라며 우리 자신이 어떻게 변환(부활)시키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죽음 전제한 삶은 매순간이 더 소중”
인간은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심은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세일 차의과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장은 “죽음 이후 우리의 존재가 영원히 죽지 않는 절대자와 함께한다는 것과 하나님 안에 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그 두려움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 원장은 암병동 환자들이 느끼는 행복의 농도가 가장 짙다고 말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진심으로 미소짓고 마음을 다해 대화하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가끔 환자들에게 ‘3일 후 당신이 죽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고 지금 그 일을 하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죽음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서 행복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이 한 달이라면?’이라고 자문하면 삶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가장 소망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일상의 회복이다.
“임종영성에 다가서는 체험교육 필요”
‘아름다운 마무리’는 보내는 자, 떠나는 자가 감정적인 화해를 하고 관계를 회복하면서 ‘say goodbye’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가들이 도와야 한다. 특히 영적 관리를 위해 기독교의 역할이 크다. 임 회장은 “임종과 죽음, 사별, 슬픔, 감정적 손상을 입은 사람들에 대해 영적, 정신적, 육체적 케어와 심리 상담을 담당하는 싸나토로지스트(Thanatologist·임종치유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사유하는 죽음 예비교육은 자연스럽게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는 ‘해맞이’ ‘달맞이’처럼 죽음도 맞이해야 한다며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삶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주일학교 어린이, 중고등부, 노년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등 생애 발달 단계별 죽음준비교육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고난주간에 임종영성에 다가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