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황홀] 희망은 날개를 달고 있다
입력 2013-03-25 20:05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That perches in the soul
And sings the tune without the words
And never stops at all.
And sweetest in the gale is heard;
And sore must be the storm
That could abash the little bird
That kept so many warm.
I’ve heard it in the chilliest land
And on the strangest sea,
Yet never in extremity
It asked a crumb of me.
희망은 날개를 단 새처럼
영혼의 횃대 위에 앉아
가사도 없이 곡조를 노래하며
결코 멈추지 않는다.
모진 바람 속에서 더없이 감미로운 노래
참 매서운 강풍이 불 때는 그러나
많은 이들을 포근하게 감싸 준
저 작은 새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으련만
아주 추운 대지에서 들을 수 있고
낯설고 먼 바다에서도 들린다
그렇듯, 아주 극한 상황일지라도
희망은 내게 빵 한 조각을 구걸하지 않았다.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886))
에밀리 디킨슨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칼뱅주의 마을 에머스트에서 태어나 평생을 홀로 살았다. 마을의 목사를 사랑하다 은둔자의 삶을 산 그녀는 성경,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고전 신화 관련 작품들 외에는 읽은 것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작품을 거의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시골 여성은 사후 오랜 세월이 지난 1950년대에 재발견됐을 때 격렬하고 예사롭지 않은 시어들 때문에 평론가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 이미지로 흘러넘치는 시들은 사물의 이면에 감추어진 부분을 독특하게 드러내주었다. 유머 감각이 돋보였고, 다루는 주제의 범위와 묘사력도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다.
그녀의 시의 제목은 일반적으로 토머스 H 존슨이 1955년 표준판에서 할당한 번호로 알려져 있으나 번역시는 찬송가처럼 첫 부분으로 제목을 삼고 있다. 이 시의 제목도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다.
희망을 영혼에 깃들어 있는 한 마리의 새로 표현하는 이 날렵한 솜씨. 신비롭고 투명하면서도 빵 한 조각 구걸하지 않는 새는 바로 디킨슨 자신일 것이다.
임순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