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 큰 봄날 돌연사 주의!… 3∼4월 심장혈관 질환 겨울철보다 많아

입력 2013-03-25 17:22 수정 2013-03-25 17:27


날씨가 한결 따뜻해진 봄날, 뜻하지 않게 주변 사람들의 병원 입원이나 부음 소식을 듣는 경우가 있다. 한겨울도 아닌 때, 평소 멀쩡해 보이던 이웃이나 친지들의 부고를 접하면 슬픔에 앞서 매우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

왜 이런 뜻밖의 불상사가 생기는 것일까. 알고 보면 일교차가 큰 날씨를 감안하지 않고 별다른 준비도 없이 바깥나들이와 봄볕 즐기기를 서두르다 화를 당한 경우가 많다. 겨우내 꼼짝하지 않고 지내다 갑자기 등산이나 달리기 운동을 시작했다가 급격한 체력소모를 이기지 못하고 돌연사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이런 봄철 돌연사의 대표적인 원인질환이 단연 심장혈관 질환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연세의대 심장내과학교실 최동훈 교수팀은 최근 2년간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물론 심장혈관 및 허혈성 심장질환(근육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질환)으로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월 단위로 조사한 결과, 3∼4월 봄철이 12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철 평균치보다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다시 말해 이 병원의 2011년 3∼4월 외래환자 수는 월평균 4128명으로 집계됐다. 그해 겨울철(12∼2월)의 월평균 외래환자 수는 3976명이었다. 일반 상식과 달리 3∼4월 봄철 환자 수가 추운 날씨의 겨울철보다 조금 더(3.8%) 많았던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듬해인 2012년에도 계속됐다. 3∼4월 평균 환자 수(4193명)가 12∼2월 평균 환자 수(4044명)보다 3.7%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돌연사 위험이 높았던 응급실 및 입원 환자도 2011∼2012년 3∼4월의 경우 평균 349명과 306명을 기록해 같은 해 12∼2월 각각 평균 253명과 264명보다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날씨가 따뜻해지는 이른 봄철에 돌연사 위험이 높은 심장혈관 질환 환자가 추운 겨울철보다도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 교수는 “무엇보다 극심한 일교차에 우리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요즘과 같이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과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지기 일쑤인데다 혈관도 갑자기 과도하게 수축돼 심장마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

또 중·장년층의 경우 그러지 않아도 동맥경화로 인해 좁아져 있는 심장혈관 부위에 혈전(피떡)이 달라붙게 되면 피돌기가 차단되고, 결국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날씨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이 풀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겨울에는 기본적으로 날씨가 추운 만큼 대부분 옷과 목도리, 모자, 장갑 등으로 보온관리에 바짝 신경을 쓴다. 하지만 봄철이 시작되는 3월에 접어들며 날씨가 풀리면 갑자기 옷차림이 가벼워져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되고 혈관도 지나치게 수축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최 교수는 “봄철에 접어들었다고 갑자기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외출하면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 한다”며 “특히 기온이 높아지는 낮 시간에 맞춰 옷을 입고 외출했다가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면 한겨울보다 더 심하게 체온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고령자는 장시간 외출할 때에 번거롭더라도 가벼운 외투나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해 체온 저하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할 때에도 약간 땀이 날 정도로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