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성 다한증, 최소화 길 열렸다
입력 2013-03-25 17:22
인천성모병원 정진용 교수팀 교감신경차단 프로그램 개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김모(18)양은 요즘 걱정이 많다. ‘수능시험을 치르면서 답안지가 젖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양은 공부를 하거나 시험을 볼 때 책과 시험지가 젖고, 컴퓨터 자판기나 피아노 건반을 칠 때도 손가락이 미끄러질 정도로 손에 땀이 많았다.
결국 그는 부모와 상의한 끝에 이른바 ‘다한증 수술’(교감신경절제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수술을 해서 손 다한증은 치료할 수 있지만, 그 땀이 다른 부위로 옮겨가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보상성 다한증이다.
이런 보상성 다한증을 미리 예측, 예방할 수 있는 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열렸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정진용(사진) 교수팀은 흉강경을 이용한 다한증 수술에 1∼2일 교감신경 차단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 보상성 다한증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TCS’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 시술은 국소 마취로 2㎜ 굵기 흉강경을 이용해 땀 분비에 관여하는 교감신경을 절단하기에 앞서 먼저 마취 약물을 투여, 일부를 차단해 보는 방법으로 수술 후 보상성 다한증이 얼마나 심하게 어느 부위에서 발생할 것인지 미리 체험해 보는 것이다. 이어 1∼7일 동안 심한 기흉 발생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는지 확인한 다음에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정 교수팀이 2009년부터 2년간 손 다한증 환자 20명에게 이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보상성 다한증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비율은 45%(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5%(11명)는 보상성 다한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손에서 지나치게 땀이 많이 흘러 교감신경절제술이 필요하다고 판정된 경우 약물을 이용한 교감신경 일부 차단 시술을 먼저 해보면 수술 후 다른 부위에서의 보상성 다한증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