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모태범, 빙속 세계선수권 500m 나란히 2연패
입력 2013-03-25 00:33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24·서울시청)와 모태범(24·대한항공)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상화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별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븖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5초34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태범도 이어진 남자 500븖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69초76의 기록으로 가토 조지(일본·69초82)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대회 500븖에서 첫 정상에 오른 이상화와 모태범은 나란히 한국 남녀 선수들 중 처음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주인공이 됐다.
◇태극남매의 금빛 레이스=왕베이싱(중국·76초03),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76초08), 예니 볼프(독일·76초13) 등 쟁쟁한 선수들도 이상화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1차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37초69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2위 파트쿨리나(38초14)와 0.45초의 격차를 벌려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첫 100븖를 10초25만에 끊으며 쾌속질주를 이어가 1차 때보다 0.04초 줄어든 37초6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상화는 또 이날 1·2차 레이스를 모두 석권하면서 국제대회에서 치른 14번의 500븖 레이스에서 두 번을 제외하곤 모두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8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상화는 월드컵 파이널에서 한 차례 3위에 올랐고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한 번 2위에 올랐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34초.94의 기록으로 3위에 그쳤으나 2차 레이스에서 34초82를 찍어 합계 69초76으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 냈다.
이상화와 모태범은 서울 동대문구 장안 2동에 있는 은석초등학교 동기 동창 사이다. 이상화는 오빠를 따라서 쇼트트랙으로 시작했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종목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꿨다. 모태범은 6세 때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같이 나온 두 사람은 이후 다른 길을 걷다 한국체대 07학번으로 다시 만났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둘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나란히 대형 사고를 쳤다.
◇소치올림픽 예감이 좋다=이 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소치 동계올림픽의 리허설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이상화와 모태범의 2연패 소식은 더 반갑다. 대회가 열린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는 내년 소치올림픽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국제경기가 열린 이 경기장에서 이상화는 압도적인 레이스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링크의 첫 우승자라는 영광을 안았다. 모태범도 낯선 경기장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우승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빙상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킬 태세다. 한국 빙상은 앞서 ‘피겨 여왕’ 김연아가 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우승을 차지했으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신다운(서울시청)이 남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이상화와 모태범까지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500븖에서 정상을 차지해 한국은 빙상 3개 종목에서 모두 세계 챔피언을 배출했다. 이들은 압도적인 실력과 성적으로 정상에 올라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