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반군에 함락… 보지제 대통령, 콩고로 망명

입력 2013-03-24 23:44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가 반군과 정부군의 치열한 교전 끝에 24일(현지시간) 반군에 함락됐다고 AP·AF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프랑수아 보지제 대통령은 망명했다.

반군은 23일 저녁부터 방기 교외지역에서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대통령궁을 향해 치고 올라갈수록 시내를 뒤흔드는 격렬한 총소리도 점점 커졌다. 그러나 반군이 목표지에 도달했을 때 10년 동안 군림한 대통령은 이미 없었다고 AP는 전했다.

‘PK12’로 불리는 보지제 대통령의 사저 인근도 반군 손에 넘어간 상태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반군이 수도를 함락했다”며 “반군의 보복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기 곳곳에서 산발적인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당수 방기 시민들은 TV 뉴스나 라디오에 접근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지제 대통령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망명했다고 전해졌지만, 콩고 정부 대변인 램버트 멘드는 “보지제 대통령이 콩고로 왔는지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셀레카(Seleka)’라 불리는 반군 연합은 지난해 12월 보지제 대통령의 집권에 반대해 봉기했다가 1월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셀레카’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쓰이는 상고어로 ‘동맹’이라는 뜻이다. 협정이 깨진 건 반군이 대통령이 협정 이행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면서부터. 협정에는 반군 구성원들에게 지원금과 일자리를 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03년 3월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보지제 대통령은 집권 이후 군대를 경계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약화된 정부군이 반군과의 교전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역을 식민지배한 경험이 있는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방기 국제공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150명의 병력을 급파했다. 프랑스는 자국민 신변보호 등을 이유로 이미 250명의 병력을 방기에 파견한 상태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