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지도발 공동대응] 美, 조선무역은행 제재로 받을 길 막막… 정부 “식량차관 어떡하나”
입력 2013-03-24 19:02
미국 정부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을 제재대상으로 정한 뒤 한·중·일 3국에도 동참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정한 대응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북한에 제공했던 대규모 차관을 돌려받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지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핵심대상인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대외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외국환을 결제하는 북한의 대표적 특수은행이다.
문제는 조선무역은행이 우리 정부와의 남북협력기금 제공 및 상환 창구라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2000년 한 해에만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인 수출입은행을 통해 북측에 8830만 달러(약 980억여원) 상당의 식량 차관을 제공했다. 정부가 2007년까지 북한에 제공한 식량차관은 7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차관 창구는 모두 조선무역은행이다.
조선무역은행은 2000년 제공받은 차관의 첫 상환분 583만 달러를 지난해 돌려줘야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신도 없다. 정부는 상환을 4차례나 독촉하면서 연체에 따른 지연배상금을 연 2% 부과한 상태다.
여기에 조선무역은행이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으로 묶이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전 세계 모든 금융기관이 달러화로 결제하려면 미국 내 금융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나 조선무역은행이 제재대상으로 묶이면서 달러 거래는 불가능해졌다. 식량차관 상환분의 달러 결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남북간 차관계약서에 따라 남북협력기금이 제공 및 상환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제재 영향을 직접 받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 다른 통화로 대체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남북간 차관계약서에는 달러화로 상환하도록 돼 있지만 경우에 따라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도 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를 이유로 식량차관 상환을 아예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