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학생·교사들 배우로 참여… 학교폭력, 연극 통해 예방한다
입력 2013-03-24 18:53
“학교 폭력을 당한 친구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강원도 속초시 설악여중 세미나실에 지난 23일 오전 10시 여중생 30명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았다. 폭력이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생 참여형 연극’에 배우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해병대 입소를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연극은 학생들이 ‘해병대 리더십 캠프’에 입소하는 내용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연극은 캠프에 참가한 ‘일진’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휘둘러 갈등이 불거지는 내용으로 전개됐다. 폭력 수위가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캠프 참가자에서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이후 학생들은 폭력의 원인과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 등을 논의하며 학교 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김주희(15·설악여중 3년)양은 “평소 뉴스로만 접하던 학교폭력 사건이 마치 내 옆에서 일어난 것같아 학교폭력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며 “피해학생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초연한 연극은 강원도교육청과 속초·양양·고성지역 교사들의 연극동아리 ‘연어(연극으로 어울리는 사람들)’가 마련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원영근(39·양양 회룡초 교사) 연어 회장은 “아이들이 다양한 폭력예방 교육을 받아 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자신과 주변의 친구들에게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직접 느끼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과 ‘연어’는 오는 4월부터 신청을 받아 도내 80개 교육현장을 순회하며 이 연극을 공연할 계획이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