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신드롬’

입력 2013-03-24 18:53 수정 2013-03-25 00:28

중국의 ‘디이푸런(第一夫人·퍼스트레이디)’이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류샤오치 전 국가주석 부인 왕광메이가 처음이다. 류샤오치 부부가 1963년 4월 12일부터 한 달여 인도네시아, 버마, 캄보디아, 베트남 4개국을 순방했을 때 왕광메이는 세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하얀 치파오를 입은 우아한 그의 모습에 곤고함을 겪고 있던 중국 사람들을 열광했다. 명문가 출신으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해 신중국 출범 직후 지도자 부인들 중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그는 명문 푸런대학에서 원자물리학 석사학위를 딴 뒤 미국 미시간대로부터 박사과정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공산당의 권유로 영어번역요원으로 일하게 된다. 당시 왕광메이에게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빼앗긴 마오쩌둥 부인 장칭은 엄청난 질투심에 불타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진핑 주석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중국인들 사이에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중국 주요 일간지들은 23일 시 주석 부부가 모스크바 공항에 ‘커플룩’ 차림으로 등장한 사진을 1면 등에 부각시켰다.

펑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올 때 눈길을 끌었던 짙은 남색 롱 더블코트와 검은색 핸드백을 둘러싼 네티즌의 관심도 대단했다. 해외 명품 제품일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시선과 달리 두 물건 모두 광저우에 있는 리와이(例外)사 제품으로 드러났다.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왕판(王帆) 소장은 “펑리위안은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대외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반영하듯 펑은 23일 러시아군 합창단과 함께 양국의 우정을 상징하는 러시아 민요 ‘꽃핀 불두화’를 열창, 확실한 ‘외교 내조’를 했다. 1절은 중국어로, 2·3절은 러시아어로 불렀다.

펑의 부상은 자연스레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와의 비교로 이어지고 있다. 미셸 역시 무명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거나 미국 중저가 브랜드의 옷을 고르는 행보로 매번 뉴스가 되고 있다. 뛰어난 연설력과 대중적 인기로 남편의 재선 성공을 도운 화려한 내조를 펑이 재현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