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이어 LG실트론·SK하이닉스 유독물질 누출사고… 2013년에만 9건 늑장대처·은폐 악순환 계속

입력 2013-03-24 18:43 수정 2013-03-24 23:27

산업계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 LG, SK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들까지 안전사고를 내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들 사고 대부분은 노후 시설을 제때 보수했거나 생산설비 증가에 맞는 안전시스템을 갖췄다면 예방할 수 있었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인 ‘국민 안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알려진 산업계 안전사고만 9건에 달한다. 지난 22일 밤 경북 구미시 임수동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 불산·질산 등이 섞인 유독물질이 누출됐다. 반도체 부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폐수가 지나가는 배관에 구멍이 나 발생한 것이다. 이 공장은 20일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이날 오전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에서는 반도체를 닦아내는 밀폐공간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같은 날 저녁 포항시 동촌동 포항제철소 공장에서는 용융로(용해로)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4일에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야간작업 중 일어난 폭발사고로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5일에는 경북 구미공단 내 화공업체인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돼 167명이 진료를 받았다.

사고 때마다 늑장 신고, 은폐 의혹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지만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주 발생한 LG실트론과 SK하이닉스 사고는 누출된 화학물질이 소량이고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사고 발생 4∼6시간 만에 늑장 신고를 했다. LG실트론은 지난 2일 사고 때도 자체 신고가 아니라 소방당국의 문의로 16시간 만에 사고 발생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던 곳이다.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도 다르지 않았다. 1월 27일 오후 1시22분에 터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 누출 사고는 이튿날 오후 2시15분쯤 알려졌다. 치료를 받던 작업인부가 숨지자 병원 측이 경찰서로 신고하면서 26시간 만에 누출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사과를 하고 녹색인증까지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인건비를 아끼고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노후 설비를 제때 교체·보수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이 대림 폭발사고 같은 대형 참사를 불렀다”며 “실적·성과 우선의 경영과 감추기식 사고처리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전사고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와 환경안전부는 사고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 실시와 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으며, 경기도는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기로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