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상생 외치는 대형마트, 입점업체엔 ‘甲의 횡포’

입력 2013-03-24 18:31 수정 2013-03-24 23:28


22일 오후 대전 하기동 롯데마트 노은점 5층에 위치한 인테리어 업체 ‘한얼’. 붐비는 1, 2층과 달리 80평 규모의 한얼에는 찾아오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한얼 대표 이명우(41)씨는 “롯데마트의 횡포에 2년여간 시달려왔다”며 “탄탄한 회사였기에 그나마 망하지 않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형마트들이 경제민주화 여론을 의식해 연일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이씨에겐 공허한 외침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씨는 2010년 4월 롯데마트 본사로부터 노은점 입점 제안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이씨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대전에서 사업을 키울 꿈을 갖고 있던 이씨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씨는 같은 해 9월 마트 측과 시공매출 수수료 5%, 물품판매 수수료 10%를 주기로 구두 계약하고 입점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씨가 매장공사를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터졌다.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마트 측이 관할인 유성구청에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입점을 추진한 결과였다. 서면계약서도 없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입점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10월 한 달간 매출은 44만원에 불과했다. 2011년 2월 구청의 사용승인이 마무리된 뒤 10월 매출이 5000만원 이상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마트 측의 잘못으로 이씨는 사용승인이 날 때까지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이다.

롯데마트의 횡포는 계속됐다. 비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영업시간에 마트 내 5층으로 가는 이동수단인 ‘무빙워크’를 껐다. 이씨 매장은 고립된 섬처럼 남아있기 일쑤였다. 이씨가 항의했지만 마트 측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무시했다.

마트는 자신들의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이씨에게 실제 매출을 줄여 기록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씨는 “마트 측에서 시공 매출을 100%로 하면 매출 외형만 커질 뿐 영업 이익률이 떨어지니 실제 매출의 30%만 기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계약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마트의 지속적인 횡포에 이씨가 항의를 했지만 마트 측은 계약 관계자가 6명이나 바뀌면서 전임자 핑계만 댔다. 이씨는 롯데마트 동반성장위원회와 감사팀에 내용증명을 보내 잘못을 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본사 감사팀이 내려와 사건을 조사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마트의 귀책사유가 없다’였다.

결국 이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마트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했다.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지난 2월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롯데마트 본사 관계자를 소환해 사실을 확인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4일 “대형마트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교묘한 수법으로 입점업체에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롯데마트가 이씨 매출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한 부분 등 불법 행위가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씨에게 세금 탈루를 위해 매출액을 줄이라고 얘기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전=글·사진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