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남산행 ‘고생길’ 사고 위험까지… 나들이객·버스 뒤엉켜 위험천만
입력 2013-03-24 18:25 수정 2013-03-24 23:15
23일 오후 서울 방배동에 사는 김정국(40)씨는 주말을 맞아 다섯 살 딸과 남산으로 봄나들이를 했다. N서울타워에 올라가기 위해 필동 동국대 앞에서 남산순환버스를 탔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들뜬 기분은 잠시였다. 정류장에 설 때마다 밀려드는 승객들로 버스는 이내 콩나물시루가 됐다. 김씨는 빽빽한 만원버스 안에서 어린 딸을 보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산 정상의 종점에 도착했지만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버스 하차장엔 이미 수많은 관광버스가 주차돼 있어 도로 한복판에서 내려야 했다. 김씨와 딸은 관광버스 사이를 지나 아슬아슬하게 차로를 횡단했다. 주차된 버스, 막 도착한 버스, 이제 떠나려는 버스와 사람들이 뒤엉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서울의 봄맞이 명소 중 하나인 남산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나들이 길은 이처럼 고단하기만 하다. 남산순환버스 회사 관계자는 “주말 오후엔 온갖 버스들이 뒤섞여 남산타워 승하차장이 몹시 복잡해진다”며 “가끔 사람이나 자전거 등과 접촉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걸어서 남산에 오르는 이들도 불편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타워까지 걸어 올라왔다는 박승혜(54·여)씨는 “보행자 바로 옆으로 버스가 쌩쌩 지나가고 자전거까지 인도로 달려 주말에 올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했다.
타워 광장까지 걸어가면 시원스레 펼쳐진 서울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광장 입구에 ‘위반 시 과태료 10만원’이란 금연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흡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망 좋은 난간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광장 한쪽에 용산경찰서 남산공원안전센터와 안전요원이 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산길도 쉽지 않다. 나들이객들은 서로 밀치며 버스를 탔고 다시 콩나물시루가 된 버스는 위태롭게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갔다. 가드레일이 없는 순환로 구간에선 보행자와 버스 모두 긴장을 풀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풍경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계속된다.
N서울타워를 찾는 방문객은 연간 140만명이 넘는다. 타워에 오르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200만명 넘게 타워 인근에 찾아와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즐긴다. 서울중부공원녹지사업소 측은 “질서 유지 담당자가 배치돼 있지만 공원 전체를 담당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관광업체의 협조와 시민의 자발적 질서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