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심장수술, 獨 40만원·韓 576만원+α

입력 2013-03-24 18:11 수정 2013-03-25 00:24

독일 베를린 바이센제에 사는 정원사 다니엘 기르브츠(38)씨는 2010년 심근경색으로 두 차례 병원에 실려갔다. 3월 급격한 왼팔 통증으로 첫 번째 응급수술을, 5개월 뒤인 8월에는 심장에 관을 넣는 심장카테터 삽입술을 받았다. 입원기간은 총 32일(중환자실 4일+일반병실 28일). 기르브츠씨가 낸 돈은 280유로(약 40만5000원)가 전부였다. 하루 10유로씩 28일간 2인용 병실에 대한 본인부담금 명목이었다. 나머지 수술비와 중환자실 입원비는 그가 가입한 공공 의료보험조합 테카(TK)에서 100% 지불했다. 퇴원 후에는 연간 150유로(약 21만7000원)의 약값만 들었다. 월 1만8000원꼴이다.

시간외수당을 제외하고 그는 월평균 1500유로(약217만원)를 번다. 저축은 많지 않았다. 미혼이지만 집세와 식대 등만으로도 빠듯한 살림이다. 다행히 일을 쉰 13주 동안 생활비 걱정은 없었다. 수술 후 6주간은 고용주로부터 월급 100%를 받았다. 나머지 7주의 재활기간에는 보험조합 테카가 지급한 월 900유로(월급의 60%)로 버텼다. 독일에서는 병가를 낼 경우 6주는 고용주가 임금 전액을, 그 후 72주(18개월) 동안은 의료보험조합이 최대 70%까지 임금을 보전해준다.

만약 기르브츠씨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그가 받은 심장카테터 삽입술의 우리나라 평균 본인부담금은 1회 기준 44만5000원이다. 기르브츠씨가 이용한 2인실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상급병실료 차액은 하루 17만3928원씩 486만9984원이나 된다(신촌세브란스병원 2인실 기준). 여기에 2회 수술비까지 포함하면 기르브츠씨의 청구서는 575만9984원까지 치솟았을 것이다. 각종 검사비와 선택진료비·간병비는 제외한 액수다.

‘월급 100%’도 물론 한국에서라면 꿈이다. 국내 근로기준법에는 유급병가 조항이 없다. 일터에서 병을 얻거나(업무상 재해) 단체협약 등에 유급병가를 명기하지 않았다면 몸이 아파 쉴 때 드는 생활비는 온전히 개인 부담이다.

독일은 의료재정을 대부분 보험료로 충당한다. 그런 만큼 소득 대비 의료보험료 비중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독일인은 월수입의 15.5%를 보험료로 낸다. 반면 우리나라 보험료율은 5.89%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올 10월부터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필수의료서비스에 단계적으로 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대 비급여인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간병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아 ‘심장수술 두 차례 40만5000원’은 2016년에도 요원할 가능성이 높다.

기르브츠씨는 지난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거의 없다”며 “건강도 회복돼 정원사 업무를 무리 없이 하고 있다. 아프기 전의 삶으로 완벽하게 되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베를린=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