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한달] 정부조직법·인사 잡음에 국정 혼선… 험난한 ‘국민행복’
입력 2013-03-24 18:11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한 달 동안 국정운영 준비에 전력을 쏟으며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노출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과 인선 잡음으로 시끄러웠고, 공약 이행을 위한 정책은 시동만 걸었다. 국정혼선을 자초한 측면도 컸다. 전반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는 와중에 북한은 연일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나름대로 바람 잘 날 없이 바쁜 한 달을 보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국정파행과 부실인선=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정부 출범 한 달이 가까운 22일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 기간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임명되지 못했거나 지난 정부 직제로 편법 임명됐다. 부처별로 예산집행에 차질을 빚는 등 행정이 마비되며 ‘식물 정부’라는 오명을 얻었다. 표면적으로는 야당의 발목잡기식 반대와 여당의 정치력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취임 1주일 만에 강경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야당을 윽박질렀던 박 대통령의 고집도 정부의 정상 출범을 늦췄다는 평가다.
이 판국에 새 정부를 이끌어 갈 공직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인사는 참사(慘事) 또는 망사(亡事)라고까지 비난받았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재를 뽑기보다는 믿을 만한 이들을 중용하는 ‘나홀로 인선’에 치중하다보니 검증이 소홀해졌고 청와대 민정라인은 문책론에 시달렸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인화성 짙은 인사들의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은 아직도 남아 있고, 엽기적인 성접대 추문으로 물러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후임은 이날 차관 인선발표에 포함되지 않는 등 각료 구성은 24일 현재까지도 미완인 상태다. 지역 및 성별 안배도 논란이 됐고, 대탕평과 여성인재 우대 공약은 무색해졌다. 또 박 대통령이 임기 보장을 약속했던 경찰청장이 교체되면서 공약을 스스로 깨뜨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공허한 국민행복=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근혜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국민행복을 실현시킬 방안은 여전히 모호하다. 대선 공약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했던 국정과제에서 눈에 띄게 구체화되지 못한 수준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의 파고가 넘실대는 상황에서 새 정부는 경제정책의 두 축인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외쳐대기만 하는 실정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불거진 복지공약 후퇴 및 축소 논란은 정부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박 대통령은 국정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특유의 ‘디테일 리더십’으로 정부를 이끌려고 시도했다. 사안마다 꼼꼼한 지시를 쏟아내며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공직사회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보위기 대처는 긍정적=정권 초기 통제가 쉽지 않은 변수인 북한에 대해선 그나마 안정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강력하면서도 신중한 메시지로 국민의 안보불안을 최소화했다. 그러면서도 대북 민간 지원을 승인하는 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현에 대한 의지는 각인시켰다. 지난 20일 발생한 사이버 테러에 대해서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외교도 무난하게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