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는 건물 아닌 물건” 방화 미수 40대 항소심서 무죄
입력 2013-03-24 18:03
인천에 거주하는 염모(44)씨는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 중인 ‘영종하늘도시’의 공원이 조성될 땅에 흉물처럼 방치돼 있는 폐가가 늘 못마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의 이 폐가는 지붕도 문짝도 없이 철거될 날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 폐가가 주변 자연경관을 망가뜨린다고 생각한 염씨는 폐가를 태워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해 5월 어느 날 새벽 염씨는 주변의 쓰레기들을 모아 폐가에 가져다 놓고 불을 질렀다.
불은 폐가까지 번지지 않았다. 폐가의 외벽만 일부 그을리는 정도였지만, 염씨는 폐가에 함부로 불을 놓아 공공의 위험을 발생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는 일반건조물 방화죄. 1심 재판부는 일반건조물 방화미수를 적용해 염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을 지를 때 사용한 라이터도 몰수당했다.
폐가를 건물이라고 판단한 판결에 승복할 수 없었던 염씨는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주현)는 원심을 깨고 염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건조물은 반드시 사람의 주거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실상 기거·취침에 사용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며 “이 폐가는 지붕과 문짝, 창문이 없고 담장과 일부 벽체가 붕괴된 철거 대상 건물로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