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치장 권하는 상술에 아나운서 지망생들 눈물

입력 2013-03-24 18:03

수백∼수천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방송사 아나운서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절박한 수험생들을 노린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서는 고가의 옷을 입거나 비싼 메이크업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고 홍보해 수험생에게 수십∼수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토록 하는 것이다.

이달 초 진행됐던 한 지상파 방송사의 아나운서 신입 공개채용에 응시한 대학생 김모(25·여)씨는 준비 비용으로 200만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카메라테스트를 통과해야 면접 기회가 주어졌는데, 짧은 순간에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옷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었다. 그때 한 의상업체가 김씨에게 “유명 아나운서가 이 브랜드 옷을 입고 시험을 쳐 합격했다”며 “의상이 비슷하게 보여도 비싼 브랜드일수록 합격률이 높다”고 꼬드겼다.

김씨는 고민 끝에 70만원이 넘는 맞춤 의상 2벌을 계약했다. 3년째 아나운서 시험을 보고 있어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싼 옷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업체가 홍보한 아나운서는 실제로는 해당 브랜드의 옷을 입지 않았다. 이 아나운서는 저가의 기성복을 입고 시험을 봤다. 업체의 거짓 상술에 속은 것이다.

카메라 테스트에 필수인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다. 24일 확인 결과 유명 아나운서가 메이크업을 받은 뒤 합격했다며 사진을 내걸고 홍보 중인 업체가 수두룩했다. 이들 업체는 일반 메이크업 업체보다 예약 문의가 많아 공채 시즌이 되면 특정 방송사 아나운서 시험용 메이크업 예약을 따로 받고 있었다. 일반 메이크업 비용은 5만원 수준이지만 이들 업체는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되며 2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아나운서 출신인 고려대 오승연 교수는 “아나운서 채용과정의 핵심은 외적인 요소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보는 것”이라며 “일부 업체의 상술 때문에 수험생들이 고가의 비용을 들여 외모 치장에만 신경 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