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태’ 청와대-경찰 책임공방

입력 2013-03-24 17:57 수정 2013-03-24 23:11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이 김학의 법무부 차관 사퇴라는 ‘인사 참사’로 이어진 경위를 놓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찰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정수석실은 경찰이 관련 의혹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충분한 보고를 했다는 입장이다. 만약 경찰이 의혹을 파악하고도 “문제없다”고 보고했다면 검찰에 치명적일 수 있는 사안을 경찰이 대형 사건으로 ‘키운’ 셈이 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경찰은 김 차관이 성접대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인선 발표 당일까지도 ‘내사나 수사하는 게 없다’고 공식 보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문제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보고를 했지만 청와대에서 묵살했다는 일부 의혹 제기에 공식 반박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은 고위 공직자여서 청와대도 공직기강 차원에서 이런 의혹이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며 “관련 의혹을 경찰에 수차례 확인했지만 경찰은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김 차관을 포함한 유력인사의 성접대 연루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상 내사를 상당부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한 첩보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11월 여성 사업가 A씨가 서울 서초경찰서에 건설업자 윤모(52)씨를 고소하면서다. A씨는 경찰에서 “윤씨가 자신의 강원도 별장에 사회지도층 인사를 불러 성접대를 한다”는 내용까지 진술했다. 이후 경찰청 범죄정보과 등을 통해 추가 첩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김 차관이 연루돼 있다는 정황도 비교적 상세히 파악했다고 한다.

경찰 측 입장은 경찰 고위 인사가 직접 청와대에 ‘성접대의 실체가 있다’는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김 차관 관련 성접대 동영상에 대해서도 “동영상은 아직 없지만 여러 사람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관련 동영상을 확보한 것은 지난 20일이다.

청와대에서 경찰의 ‘보고 누락’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경 갈등설, 경찰 내부 알력설 등 여러 가지 추측성 뒷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김 차관 임명을 기다려 사건을 터뜨렸다거나 경찰 조직 내부의 알력 때문에 수뇌부에게 조차 사건을 축소 보고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김 차관과 친분이 있는 경찰 고위 간부가 의도적으로 수사 내용을 축소해 보고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용상 유성열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