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산업안전 규제완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입력 2013-03-24 18:59
반도체·화학공장들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되고 폭발하는 사고가 잇따라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22일 하루에만 구미, 청주 및 포항에서 유해물질 누출사고와 폭발사고 3건이 동시에 터졌다. 게다가 해당기업들이 늑장보고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장 인근 주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사고와 이로 인한 인명손실을 줄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조속히 실천해야 한다. 화학물질 사용 사업장에 대한 장외 영향평가제,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가해자의 배상책임원칙 및 환경오염피해보험제도의 도입이 그것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19일 이들 제도를 차질 없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별도로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산재보상보험제도가 있기 때문에 사고를 낸 사업주의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없다. 따라서 산재에 대한 사업주의 경각심은 무뎌지기 쉽다. 인명사고 등 중대재해에 대해 사업주의 과실이 있을 경우 형사처벌 강화와 산재보험료의 가중부과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산재예방을 위한 ‘공정안전보고서’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재 사업장이 이 보고서를 노동부에만 제출하면 인근 주민에 대한 고지의무를 면제받고 있다. 그렇지만 유해화학물질을 대량 사용하는 전국 5000여 업체 중 보고서 제출 대상은 약 4%인 200곳 정도에 불과하다. 하도급업체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에 대한 원도급업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화학물질 사고는 올 들어 한 달에 세 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월 한 건 꼴이었던 데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산업단지 등의 시설 노후화로 관리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해졌는데도 지난 20여 년간 기업에 대한 환경 분야 등의 규제는 계속 완화됐다는 게 사고 급증의 주된 원인중 하나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대기, 수질 등 오염물질 배출관리인을 채용토록 의무화한 제도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환경·산업안전 분야의 규제완화조치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