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배려와 사랑의 덕

입력 2013-03-24 16:57


고린도전서 8장 1∼13절

오늘 말씀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에는 상대방이 다칠까 마음 상할까 염려하거나 혹은 어떻게 하면 기쁠까 행복할까 하는 상대방을 향한 사랑이 전제돼 있습니다. 단적으로 ‘지식은 교만하게 하지만 사랑은 덕을 세우니’(8:1) 덕을 세우라고 결론부터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말씀입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고전 10:23)라는 말씀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주후 1세기께 고린도교인들에게는 우상에게 바쳐진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가 신앙생활에 문젯거리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황제 숭배를 위한 축제나 희생제사에 참여하는 것은 공동체 삶에서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사회적 관계 유지나 유대관계 형성에 필수적이었습니다. 특히 상류 계층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제사에 사용된 고기는 대개 세 부분으로 나누어졌는데, 꼭 필요한 상징적인 부분은 제단에서 태웠고 한 부분은 제사장들의 몫이었고 나머지 한 부분은 개인이나 관리들 몫이었습니다. 이 중 개인들은 제사 후 남은 고기로 이웃을 초청해 잔치를 베풀었고 관리들은 가게나 시장에 내다팔았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에게 문제는 그런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이방 신전에 바쳐졌던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시장에서 고기를 샀을 때 그 고기가 어떤 우상이나 이방 신전에 드려진 고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고기를 먹을지 말지도 문젯거리였습니다.

이에 대해 사도 바울은 천지만물이 하나님께로부터 말미암았고 우상은 아무것도 아니므로 우상의 제물을 먹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을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우상을 두려워해 음식을 먹으면 해가 되지 않을지, 하나님을 배반하는 것이 아닐지, 죄를 범하는 것이 아닐지 염려하므로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게 사도 바울의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양심이 연약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그들이 시험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처럼 우리에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권면하고 있습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고합니다. 우리는 가끔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것만은 내가 옳아’ 하고 강경노선을 견지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늘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놓을 때 상대방의 생각을 경청하고 다시 한번 고려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세대 간에, 진보와 보수 간에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사랑의 덕을 세우는 것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합니다. 상대방이 나보다 못하다 여겨지고 내 신앙의 정도보다 연약하다 여겨지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것이 사랑의 덕을 세우는 길입니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는 것이 유익합니다. 그것으로 사람들을 하나님께 더 가까이 데려올 수 있는가. 그것으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더 강화되는가.

김혜숙 목사 (예장통합 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