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현미] 꿈의 아지트
입력 2013-03-24 19:05
초·중·고 주5일 수업제 전면 실시로 수업이 없는 토요일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학교 밖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전국적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운영 중이다.
‘꿈다락’은 나의 비밀스러운 꿈의 아지트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 내가 몸담고 있는 서울문화재단은 올해도 아이들을 위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아우름 프로그램’과 ‘차오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아우름 프로그램은 서울의 문화공간을 탐방하며 문화예술을 통해 나를 발견해나가는 꿈의 프로그램이다. 서울시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서울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 공간인 ‘서울시 창작공간’을 두루 탐방하고 체험할 수 있다.
“서울,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서울시 창작공간 8곳이 참여하는데 아이들은 여러 곳을 두루 탐방하면서 문학, 무용, 연극, 음악, 미술, 도예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체험하게 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 속 문인들의 창작 아지트 연희문학창작촌에서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한 꼭지를 맡아 지난주부터 아이들을 위한 문학 체험 프로그램 ‘나도 작가’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3주 동안 ‘작가’라는 사람을 만나는 특별한 체험을 하면서 작가와 함께 단어자석 놀이도 하고 시도 쓴다. 스무 명의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창작하고 있는 특별한 공간에서 ‘나도 작가’가 되어 자신들이 쓴 시를 낭독해보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물론 3주라는 짧은 기간에 작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체험으로 알고 있다. 아주 사소한 경험에서 우리의 미래가 시작된다는 것을. 나도 중학교 때 이젤과 물감을 살 가정 형편이 못돼 들어간 문예반 특별활동 체험이 오늘의 시인이 된 계기가 됐었으니까.
이렇게 학교 밖 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07년부터 열어온 ‘청소년 시낭송 축제’ 지원을 끊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청소년 시낭송 축제는 전국의 중·고교생들이 시를 가지고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 자유롭게 신나게 재밌게 즐기며 만들어 온 의미 있는 축제로 알고 있다. 부디 이 글을 읽고 눈 밝고 열정적인 후원자가 나타나 청소년들의 시낭송 축제가 이어질 수 있는 꿈의 아지트가 사라지지 말았으면 한다.
안현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