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얼음폭풍 프로젝트

입력 2013-03-24 19:41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에 한국은 내년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에 선수 3명을 출전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연아의 뒤를 이을 유망주가 보이지 않아서 한국 피겨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 티켓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1∼2위를 배출한 나라와 상위 두 선수 순위 합계가 13 이하인 나라에는 출전권 3장이 주어진다. 3장은 한 국가가 획득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개수로 한국 이탈리아 일본 미국 러시아가 해당된다. 러시아는 상위 두 선수의 순위 합계가 19여서 출전권 2장에 머물렀지만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더해 3장을 확보하게 됐다.

소치 올림픽의 경우 김연아가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금메달도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2018년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이다. 현재 박소연과 김해진이 가장 유력한 ‘포스트 김연아’로 꼽히지만 아직 세계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의 무라카미 가나코 등 10대 신예들이 ‘톱 10’ 가운데 여섯 자리를 차지한 것을 생각하면 좀 더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없어지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의 잔치’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은 비록 아사다 마오가 유일하게 시상대에 섰지만 남녀 싱글 모두 소치 출전권 3장을 확보했다. 남녀 싱글에 최대한 출전할 수 있는 3명씩 내보냈는데, 이 가운데 4명이 톱10에 들었다. 특히 10대인 하뉴 유즈루와 무라카미 가나코는 각각 남녀 싱글 4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좀 더 경험만 쌓이면 뛰어난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이 이렇게 피겨 선수층이 두꺼워진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빙상연맹이 펼친 ‘얼음폭풍 프로젝트’ 덕분이다. 일본은 1970년대 와타나베 에미, 1980년대 이토 미도리, 1990년대 사토 유카 등 뛰어난 선수를 배출했지만 선수층이 얇다 보니 이들 선수가 은퇴하면 한동안 공백기가 계속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일본빙상연맹은 피겨에 재능을 보이는 어린이를 발굴해 방학 때 합숙훈련을 시키는 등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지원을 실시했다.

덕분에 일본 피겨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 시상대에 잇따라 서게 됐다. 한국빙상연맹도 김연아 이후를 대비해 한국판 ‘얼음폭풍 프로젝트’를 하루빨리 실시해야 한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