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캄보디아 김현태 선교사] (4) 한국 의료선교사들의 활약

입력 2013-03-24 16:58 수정 2013-03-24 19:56


복음실은 한국인술, 의료 빈자리 채워준다

#1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교사님 한 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선교사님, ‘니은’이가 열이 나고 아파서 시골서 올라왔어요. 좀 봐주실래요?” ‘니은’은 지난번에 심장병으로 수술 후 신부전이 발생해 1주일에 한 번 투석을 받는 환자입니다. 환자를 보니 갑자기 고열이 발생했는데, 투석을 위해 설치해 놓은 카테터를 통한 감염이 의심되었습니다. 이틀 전 투석을 했다 하니 카테터를 제거하고 항생제 치료 후에 다른 부위에 카테터를 넣으면 되겠다 싶어서 이곳에서 가장 좋은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투석 센터에 데려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입원해 카테터를 제거하고 항생제 치료를 부탁했습니다.

외국인 의사가 와서 부탁을 하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환자에게 카테터를 교체하고 바로 투석을 하고는 집에 보내버린 것입니다. 투석이 몸의 혈액을 전부 빼내 콩팥에서 하는 불순물 거르는 일을 기계로 하고 다시 몸속에 그 혈액을 넣는 과정인데, 세균 감염이 된 피를 강제로 온 몸으로 순환하게 만들어 패혈증이 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니 집에 가던 도중 차에서 고열이 오르면서 경련을 일으켜 저에게 다시 다급히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가서 왜 집에 가냐고 입원해서 항생제 치료를 해야 된다고 하니 그 병원 의사가 집에 가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환자는 이후로 더 이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2 다른 선교사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아주 신실한 일꾼인 자매인데 임신 중 맹장염으로 수술 후 5일째 퇴원해 밥을 먹었는데 바로 그날부터 열이 나고 배가 아파 다시 이곳의 가장 좋은 병원에 와서 치료 중인데 저에게 꼭 한번 진찰을 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보호자 말이 수술한 상처에서 계속 피가 나온다 하여 진찰을 해 보니 배 안에서 수술한 부위가 터져 고름이 되어 피고름이 상처를 통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 후 수술한 장에서 구멍이 생겨 복막염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수술을 해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100% 사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또 현지인 의사에게 지금 환자가 위독하니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수술을 미루더니 그만 다음날 환자가 죽고 말았습니다. 환자도 태아도 모두 죽고 만 것입니다. 또 한국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역시 이곳에서 가장 좋다는 병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의료사고

이 모든 것이 제가 캄보디아에 와서 얼마 안 된 시점에 생긴 일들입니다. 의사로서 좌절감이 느껴지고, 꼭 정상적인 치료가 가능한 선교 병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던 순간이었습니다. 캄보디아의 의료적 상황은 한국의 60년대 후반 혹은 70년대 초반이라 하겠습니다. 그나마 지난 5∼6년 동안 세계 각국의 많은 원조를 통해 건물이나 장비 등은 현대화가 진행되나 인적 자원 즉 의료진의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의료 혜택을 누리는 것도 양극화가 심해 부자들은 싱가포르, 태국 등으로 진료를 다니는 반면 절대다수인 일반인들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아주 병을 키워 병원에 가니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우리 가정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 외에 의사로서 진료 사역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병원에서의 정기적인 진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동진료입니다.

헤브론 병원은 캄보디아에 온 의료 선교사들이 연합하여 세운 병원으로 두 분의 의사 선생님 가정과 치과의사 선생님 부부, 한 분의 목사님 가정이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전임(full time) 의사 2명과 저처럼 다른 사역을 하면서 부분적으로(part time) 진료를 돕는 의사가 4명이고 전임 간호사, 약사 선교사 각 한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지인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들을 포함하면 약 50명의 식구가 꾸려가는 병원입니다.

헤브론 병원이 약 3년 전부터는 수술실을 갖추고 단기 팀을 중심으로 수술을 해주는 병원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저와 다른 외과의사 선생님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수술을 해주려고 작은 부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주로 탈장과 항문 수술 그리고 각종 종괴를 절제하는 수술을 시작했으며, 간호 인력이 좀더 훈련이 되면 더 다양한 수술을 해줄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또한 단기 선교팀을 중심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이곳에 오셔서 다양한 수술로 섬겨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환자들이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감사한 것은 헤브론 병원을 정기적으로 찾아주는 팀이 있다는 것입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와서 수술을 해주니 병원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안과의 비전케어팀과 백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장기려기념사업회의 갑상선 수술팀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 여러 교회와 병원, 혹은 개인적으로 와서 수술을 해주십니다. 좀더 많은 팀이 정기적으로 찾아주셔서 전문화된 시술을 해줄 수 있는 병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환자들에게 복음의 씨앗 심어

병원에서는 아침마다 환자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매일 140명에서 200여명의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옴으로 예수님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잘 자라도록 기도합니다. 또한 사모님들을 중심으로 입원환자가 있으면 매일같이 병실을 돌면서 회복을 위해 그리고 거듭남을 위해 기도해주시니 많은 환자들이 좋아합니다.

헤브론 병원은 캄보디아 현지인에게는 전액 무료로 치료를 해주기 때문에 전적으로 후원에 의해 운영되는 병원입니다. 향후 병원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유료화를 계획 중입니다. 이 일들이 현지 정부와 잘 협력이 되어서 재정 자립이 되어가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단기 팀들과 함께하는 이동진료 사역입니다. 특별히 캄보디아 시골 지역으로 이동진료를 하면서 같이 가는 캄보디아 사역자들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하고, 그곳에 가정교회 형태의 교회 사역을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은 현재 한국에서 오는 중계충성교회와 5년째 계속되는 사역인데 단기 진료팀이 오게 되면 제가 가르치는 의대생들과 함께 팀을 이뤄 진료를 합니다. 진료 중에 캄보디아 의대생들이 통역으로 돕고, 또 일부는 전도와 어린이 사역을 협력으로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 예수를 믿기로 작정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성경공부 그룹을 만들고, 또 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면 가정교회 사역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사역의 특징은 철저하게 현지인 중심의 사역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단기 팀은 단기 팀 중심의 사역이 이루어지고 현지인들이 돕는 일이지만 이 사역은 처음부터 현지인 의대생, 그리고 간사(전임 사역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준비와 진행, 그리고 전도, 후속 관리까지 현재 캄보디아 CCC 현지인 간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저와 한국의 의료팀은 의대생들과 함께 이동진료를 통해 이 일의 시작을 돕는 것입니다. 현지인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귀한 사역에 저와 한국 교회가 동참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현태 (CCC 의대 담당 간사·헤브론 선교 병원 외과 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