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상선’ 경영권 다툼 판정승…LG·SK·기아차 등 대기업 주총 잇따라

입력 2013-03-22 18:37 수정 2013-03-23 01:15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22일 잇따라 열렸다. 정관을 변경하기도 했고 경제위기 속 도약을 다짐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둘러싼 현대가(家)의 정면승부에서 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을 눌렀다.

현대상선은 이날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빌딩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투표 결과 찬성 67.35%, 기권·반대·무효 32.65%로 변경안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그룹의 지배력이 더욱 견고해졌다.

특별결의사항인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과반이 주총에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이날 주총에는 전체 지분의 82.69%에 해당하는 주주가 참석했으며 의결 마지노선인 찬성 66.67%를 간신히 넘겼다.

2011년 주총에서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부결시켰던 2대주주 현대중공업이 또다시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바뀐 정관에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우호적인 제3자에게 배정한다면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그룹의 영향력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SK케미칼·SK네트웍스·SK C&C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이날 잇따라 정기 주총을 열었다. SK 계열사들은 올해 출범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에 맞춰 독립경영의 의지를 다졌다.

SK C&C 주총에서는 횡령 등의 혐의로 법정구속된 최태원 SK㈜ 회장이 임기 3년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돼 논란이 일었다. 최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1심 판결만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기아차 정기 주총에서 배포된 인사말을 통해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보고 투지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기아차를 한층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면서 “친환경차와 전자제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272만대보다 소폭 늘린 275만대로 잡았다.

LG그룹 지주사인 ㈜LG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참석 주주들에게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주력사업에서 시장 선도 상품을 끊임없이 선보이는 동시에 장차 시장을 주도할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시장 선도기업 LG’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 한화케미칼, LS산전, 코오롱인더스트리, 태광산업, 삼양홀딩스 등도 이날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하윤해 권기석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