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딸 등 中 고위급 자녀들 귀국 바람… 사회적 눈총에 유학 포기
입력 2013-03-22 18:20
“뤄관(裸官·가족을 외국으로 내보내고 홀로 남아있는 공무원)이 떨고 있다.”
최근 자녀들을 미국에 보낸 중국 고위 관리들이 이들을 ‘소환’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고위 지도부에서 시작된 이러한 움직임은 지방으로 확산될 기세다. 더욱이 공무원 사회뿐 아니라 재계로도 파급될 분위기다.
홍콩 명보(明報)는 22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18차 당 대회 전후로 지도부 인사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거나 살고 있던 자녀를 귀국시키고 있는 현황을 소개했다. 이들 중에는 시 주석 딸, 리커창(李克强) 총리 딸,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 아들, 왕양(汪洋)과 마카이(馬凱) 부총리 딸이 포함돼 있다.
시 주석의 외동딸인 시밍쩌(習明澤·21)는 지난해 11월 시진핑이 권력을 이양받기 전 하버드대를 그만두고 중국에 돌아왔다. 시밍쩌는 하버드대에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지냈고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가명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콩 빈과일보는 지난달 시진핑의 종용에 따라 시밍쩌가 중국에 돌아와 공부하고 있다고 전한 적이 있다.
리커창의 딸도 미국 유학을 끝내고 귀국해 지금 베이징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의 딸은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 리위안차오 아들 리하이진(李海進)과 미국에서 수년간 일했던 마카이 딸도 최근 귀국했다.
명보는 “이들은 정세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귀국하는 게 아니다”면서 “그들은 집과 차를 팔고 현지 은행 계좌도 모두 없앴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 최고 부자인 쭝칭허우(宗慶後) 와하하(蛙哈哈) 그룹(식음료 전문) 회장은 지난 양회 기간에 부인과 자녀의 미국 영주권(그린카드)을 취소했다고 공개 선언했다.
중국에서 뤄관은 자녀 교육을 위해서뿐 아니라 부패로 모은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기 위해 가족을 외국으로 보낸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어 이들은 승진 등에 있어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