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리, 강제 입양 대국민 사과

입력 2013-03-22 18:21

“오늘 어머니와 아기를 강제 이별시켜 평생의 고통과 후유증을 만들었던 과거 정책에 대해 호주 국민을 대표해서 사과드립니다. 우리는 이 정책으로 형제, 자매, 부모와 조부모가 겪어야 했던 상처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치스러운 과거 정책으로 당신, 바로 어머니가 자녀를 돌보고 사랑하는 권리를 부정당했던 일을 깊이 슬퍼합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미혼모 자녀를 강제 입양시킨 과거 정책에 대해 역사적인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길라드 총리는 사과와 함께 향후 생부모와 입양아의 재회를 주선하기 위해 500만 호주달러(약 58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 국회 대회의장에 모인 800여명의 피해자들은 눈물로 환호하며 사과가 끝날 때까지 기립 박수를 쳤다. 미혼모의 자녀로 다른 가정에 입양됐던 안젤라 바라(45)는 “이제껏 많은 어머니들이 아기를 뺏기고도 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없어 고통스러웠지만 결코 아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70년대 초반까지 미혼모를 위협하거나 속여 아기를 포기시키고, 기혼 부부에게 강제 입양시켰다. 호주 상원은 2010년부터 2년간 7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강제 입양’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피해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호주 야권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부주의한 단어 사용으로 야유를 받기도 했다. 토니 애보트 야권연합 대표가 어머니(mother) 대신 생모(birth mother)라는 단어를 쓴 것. 15세에 아이를 출산하고 입양 보냈던 크리스틴 함스(60)는 애보트 대표를 “불쌍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