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잇단 人事참사… “검증시스템 뜯어고쳐라”
입력 2013-03-22 18:12
김병관 사퇴… 새 정부 고위직 후보자 5명 낙마
하루가 멀다 하고 장관급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 참사’가 벌어지자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인사 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핵심 보좌관 그룹을 중심으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써본 사람, 아는 사람만 쓴다’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나홀로 밀봉 인사’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자진 사퇴하면서 중도 낙마한 고위 공직 후보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새 정부의 인사 실패는 지난 1월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재산 의혹 등으로 사퇴하면서 시작됐다. 이달 초 박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모셔 왔다”고 말할 정도로 공을 들였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공직을 던졌고, 정치권에선 “미국식 사고방식에만 젖은 사람을 왜 새 정부 핵심부처 수장에 인선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터졌다.
부실 검증 문제는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수백억대의 보유주식 백지신탁을 고민하다 스스로 물러났을 때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공직자의 청렴 의무보다 재산에 더 관심을 쏟는 그를 왜 임명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희대의 ‘성 접대 스캔들’ 의혹에 휩싸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청와대발(發) 인사 난맥상의 정점을 찍었다. 사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의혹들조차 청와대가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와 관련된 부처 수장에 지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임총리 위상강화’ ‘창조경제’ ‘중소기업 중심’ ‘튼튼한 안보’ 같은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책임질 인사들이 온갖 의혹으로 중도 사퇴하면서 새 정부 정책의 실행동력이 일정정도 떨어졌다는 관측이다.
새 정부 출범 26일 동안 ‘바람 잘 날’ 없이 인사 사고가 터지자 여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잇따른 사퇴는 (청와대)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며 “청와대는 더 이상 인사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보다 철저하고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인사 파행에 대한 피로누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사가 만사라는데, 낙마가 잇따르니 우리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