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 ‘중금속 범벅’… 합성고무 바닥재 독성 강한 아연·납 등 다량 함유
입력 2013-03-22 18:10
실외 놀이터 바닥재로 쓰이는 합성고무패드에 다량의 중금속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돼 어린이들이 중금속 중독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립환경과학원의 ‘놀이터 바닥재로부터 용출되는 중금속 노출 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폐합성수지 및 폐타이어가 중간원료로 사용되는 놀이터 바닥재는 아연, 크롬, 납 등 중금속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이 이런 바닥재에 일정 시간 접촉할 경우 이 중금속들이 어린이들의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된다. 실험에 사용된 것은 인천지역 놀이터 6곳에서 바닥재로 사용된 정사각형의 압축패드와 압축패드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고무분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닥재 1㎏에는 아연 1만6243㎎, 크롬 4㎎, 바륨 60㎎, 납 15㎎, 망간 10㎎, 구리 110㎎이 함유돼 있었다. 고무분말 내 중금속 함량은 ㎏당 아연 1만8416㎎, 크롬 6.8㎎, 바륨 23㎎, 납 25㎎, 망간 9.3㎎, 구리 82㎎이다.
‘한국인인체치수조사’를 기준으로 몸무게 24.09㎏인 6∼7세 아동의 손바닥 등 피부가 놀이터 바닥재 1㎏에 30분간 접촉할 경우 아연 0.0013∼0.0529㎎, 납 0.0001∼0.0008㎎, 구리 0.0067∼0.0229㎎, 바륨 0.0073∼0.0255㎎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금속이 체내에 쌓일 경우 심각한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어린이들은 뇌가 발달 중이기 때문에 특히 납에 노출됐을 경우 지능 감소나 지적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성장해서는 학습장애나 주의력 결핍 과잉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연은 설사와 근육통을, 크롬은 피부염을 유발한다. 홍 교수는 “바륨과 구리는 독성이 심한 물질은 아니지만 다량 쌓일 경우 바륨은 중추신경을 자극하고 혈압 상승과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고, 구리는 뇌나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바닥재가 전국 어린이집과 놀이터 등 수백 군데에서 쓰인다는 점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함께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합성고무 바닥재를 사용한 어린이집, 놀이시설 396곳의 중금속을 분석한 결과 30곳의 함유량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교수는 “중금속 만성중독은 서서히 진행되고, 확실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최선”이라며 “중금속이 함유된 놀이터 바닥재를 전면 교체하거나 아이들이 접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