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알고 있었던 경찰, 靑에 고의적 부실보고?

입력 2013-03-22 17:45 수정 2013-03-23 00:32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별장 성접대’ 의혹에 연루돼 사퇴하면서 사전에 첩보를 입수했던 경찰이 청와대에 ‘의도적 부실 보고’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차관과 관련한 소문은 올 초부터 사정 당국에 공공연히 퍼져 있었다. 청와대도 지난 13일 김 차관 지명 전 관련 소문에 대해 김 차관과 경찰청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쪽 공식 답변은 “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김 차관 본인도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차관 지명 다음날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민정수석실에서 이 사건을 내사해온 경찰 실무자의 보고를 받은 결과 이전 경찰 수뇌부 보고와는 ‘온도 차’가 확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임이 유력했던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교체된 배경도 관련 보고가 엇갈린 책임을 물은 것이란 주장도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경찰 조직 내부의 알력 등으로 수뇌부에게조차 축소 보고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찰이 김 차관이 검찰총장에 인선될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 카드로 쓰려 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여성 사업가 권모(52)씨가 의혹의 핵심인 건설업자 윤모(52)씨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성폭행·공갈 혐의로 고소한 시점이 지난해 11월인 만큼 이후 4개월간 경찰이 비교적 소상히 사건 내용을 파악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18일 공식 내사 착수를 선언하면서 그간 수집한 첩보를 토대로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검찰은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신청 등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할 사안이 아니라면 어디까지나 ‘경찰의 영역’이란 설명이다. 현직 법무부 차관이 임명 6일 만에 사퇴한 상황에서 검찰이 자칫 모종의 ‘액션’을 취했다가 역풍만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검찰 역시 사건이 불거지기 전 정보라인을 통해 별도로 상황 파악을 벌였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선 ‘경찰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식의 불만도 나온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론에 얼굴과 실명이 나간 것은 문제가 많다”며 “검찰 조직을 망신주려는 경찰의 잔머리 아니겠나”라고 흥분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국민적 의혹이 된 만큼 사건 진실 규명이 우선이지만, (김 차관 관련)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경찰 수사라인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용상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