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2일 지나 타결된 정부조직 개편안 만시지탄
입력 2013-03-22 18:34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국회로 넘어온 지 무려 52일 지난 어제 가까스로 타결됐지만 여야 모두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었다. 청와대와 야당의 정국 주도권 다툼에 치여 정당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 민주통합당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했다고 승리 운운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인상만 남겼을 뿐이다.
무엇보다 국민 실생활과 깊은 관련도 없는 방송 분야 논쟁으로 지루하게 시간만 끌어 비난을 자초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에서 승리한 진영의 입맛에 맞춰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여권이 승리해 사실상 권력 승계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각 부처 기능을 이리저리 옮겨놓았다. 꼭 이렇게 해야 정부가 효율적으로 운용되는지 회의가 든다는 말이다.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지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타격을 입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다. 북한의 잇단 협박으로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는데도 안보라인 인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정치권의 과도한 기싸움에 밀려 경제위기와 물가불안이라는 숙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여야가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박 대통령도 이번 기회에 불통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내각 인선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 잦기에 하는 말이다. 사퇴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전력이 너무나 어이없어 애초부터 감이 되지도 않았는데도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끈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된 만큼 박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조직을 바탕삼아 안보 및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 새누리당도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통해 공표한 공약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국민의 여망이 담긴 정치쇄신에도 박차를 가하길 바란다. 민주당도 다음 달 재보선과 5월 전당대회를 통해 거듭 태어나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