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넘어 부활을 소망하는 사람들] “고난을 겪고서야 감사를 알았습니다”

입력 2013-03-22 17:25 수정 2013-03-22 20:16


백소현 민족사랑교회공동체 사무장

연세대 토목과 출신의 남편은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녔다. 아내는 숙명여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하고 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 부부는 남부럽지 않게 잘 살 줄 알았다. 그런데 ‘하나님의 길’은 다른 데 있었다.

용산역을 거쳐 지금은 서울역에서 노숙인 돌봄 사역을 하고 있는 민족사랑교회공동체 백소현(65·사진) 사무장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 유수영 목사와 함께 이 길을 걸어온 지 14년째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다 망했어요. 사기도 당했고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하는데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경통독집회에 찬양 인도자로 남편이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실직가장, 노숙인들을 만나 상담하면서 해야 할 일을 찾게 됐지요.”

백 사무장은 호박죽을 만들어 서소문 공원, 용산역 일대에서 노숙인을 대접하며 그들과 처음 눈을 맞췄다. 어색한 대화가 오가던 어느 날 그들이 자신을 ‘누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게 아닌가. 그러다 3박4일 영성 프로그램 ‘사랑나라’를 개최해 절망에 빠진 실직가장과 노숙인에게 희망을 전했다.

변화의 열매는 곳곳에서 열렸다. 안산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김씨는 백 사무장에게 새 차를 뽑아주겠다며 3만원씩 적금을 넣고 있다. 전기 기술자 이씨, 주방 보조자 고씨는 십일조 생활을 철저히 한다. 지난해 백 사무장이 입원했을 때 치료비를 하라고 100만원을 건넨 양씨도 있다. 25일 서울역에서 400인분의 밥퍼 봉사를 감당할 이들도 바로 노숙인 출신들이다.

“저는 ‘고난의 유익함’을 매 순간 경험합니다. 저 역시 고난이 있었기에 이웃을 섬기는 삶이 뭔지, 감사가 뭔지를 알게 됐으니까요. 절망에서 소망을 갖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성경을 필사하는 노숙인을 보면서 고난을 넘어선 부활의 삶을 바라봅니다.”

노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