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넘어 부활을 소망하는 사람들] “하나님이 내 아버지신데 뭐가 두렵나”

입력 2013-03-22 17:24 수정 2013-03-22 17:25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사도바울의 신앙고백이다. 그리스도인의 삶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과거의 나는 죽고 삶의 현장에서 부활을 이뤄낸 거듭난 삶, 변화된 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감동과 은혜의 본보기다. 고난을 넘어 부활을 모색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오순옥 선교사·필리핀 아렌다평강교회

지난 21일 전국 CGV 30곳에서 동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소명-하늘의 별’(본보 3월9일자 24면) 주인공인 오순옥(46·필리핀 아렌다평강교회·사진) 선교사는 자신의 출연작임에도 상영관을 찾지 못했다.

2010년 8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필리핀 현지에서 그 사역을 대신하느라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 조태환 선교사는 마닐라 인근 빈민촌 아렌다 쓰레기 마을에 아렌다평강교회를 세우고 어린이 사역과 사랑의 집짓기 활동을 펼치다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홀로 사역을 감당하기까지 오 선교사는 ‘고난의 학교’를 거쳐야 했다.

“8개월 정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간을 보냈어요. 지나가는 오토바이만 봐도 총을 든 괴한 같아 깜짝깜짝 놀랐지요. 빈 집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제는 길이 없다’란 음성을 듣게 됐고 비로소 정신을 차렸지요. ‘하나님이 내 아버지신데 뭘 두려워하나, 앞으로 하나님의 영광만 바라보며 복음을 전하기에도 바쁠 텐데’란 마음이 들면서 중심을 잡았습니다.”

우선 좋지 않은 흔적이 있던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이어 갑자기 목자를 잃고 흩어진 성도들의 마음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사모가 아닌 새로운 목자로 강단에 섰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제 손을 꼭 붙잡고 성도들이 다시 돌아와줘 고맙다며 울더라고요. 그들이 제 가족인데 어딜 가겠습니까.”

오 선교사는 남편을 통해 죽음이란 걸 알게 됐고 그렇다면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닫게 됐다. “이 땅에 사는 크리스천에게 고난과 부활은 다른 게 아닙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도 악한 길에 빠지지 않고 시험에 들지 않게 사는 것, 즉 주기도문의 삶을 사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